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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eople

[방현주's TALK]전통가요 가수 이미자, '나의 숙원 독일 콘서트, MBC에 감사한다'


한국 전쟁 후 피폐한 가난 속, 1960년대 1인당 우리 국민소득은 69달러였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떨쳐버리기 위해 한국의 2만여 푸르른 청년들이 머나먼 낯선 땅
독일로 향했다. 지하 1000미터 갱도 아래 40도의 열기를 이기며, 말도 통하지 않는
거구의 서양 환자들을 몸이 부서져라 돌보며...우리의 청년 광부, 청년 간호사들은
청춘을 그 곳에 바쳤다. 그리고 고국의 가족들이 그리워 가슴이 멍들 때마다
이미자의 노래를 읊조렸다.

그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한을 달래주었던 그 노래를 싣고
MBC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떠났다.
한독수교 130주년 근로자파독 50주년
MBC 특별기획 <이미자의 구텐탁, 동백아가씨>의 기획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라인 강의 기적이 한강의 기적으로 이어지기까지 파독 근로자들의 애환을 가슴으로
노래하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거성, 이미자씨를 마지막 리허설이 있던
일산드림센터에서 만났다. 
                                                                             - 방현주 아나운서

 


파독 광부나 간호사분들이 '동백아가씨'를 가슴에 묻고 사신다고 하잖아요. 그 노래를 반백이 된 그 분들에게 직접 들려 드릴 텐데,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저도 배가 고파봤기 때문에 그분들의 애환을 그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이 독일을 향해 가기위해 비행기 트랩을 올라가는 모습을 먹먹한 가슴으로 TV에서 보았던 기억이 생생해요. 가난, 고향을 그리는 향수, 그런 애달픈 감정을 평생 지니고 사신 분들이잖아요. 그 분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던 곡들을 가까이에서 들려드릴 수 있어, 진심으로 자랑스럽고 기뻐요.

10월 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연을 앞둔 가수 이미자를 만난 방현주 아나운서


내년이 데뷔 55주년이시고, 특히 이번 독일 공연을 다른 공연보다 더욱 각별하게 생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해외공연은 모든 여건이 비용과 연결되니까 어렵죠. 완성도 있는 음악과 무대를 위해 많은 인원이 해외로 나가려면 체재비며 하나하나가 돈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가고 싶어도 못 간 거예요., 그런데 이번에 MBC가 최고의 무대를 준비해 준거죠. 사장님 이하, 예능국 관계자, 김지은 문화사업국장 등등, 죽어도 나는 MBC를 잊을 수 없는 게 이 분들이 나의 숙원을 풀어줬어요.




최고의 무대, 세션 뿐 아니라, 파독 근로자들이 60년대 당시 고국에서 먹었던 추억의 '크림빵'까지 독일 현지로 3000여개를 공수한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준비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나는 내 온힘을 다해서 실력을 다 발휘해서 잘 하고 싶어요. 이렇게 할 수 있게 해준 MBC에 진심으로 고마워요. 또한 대중가수로서 '이게 바로 대중가요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의욕도 있어요. 이렇게 모두가 공을 들여 힘들게 가는데 내가 만에 하나 내가 실수를 한다면 큰일이기 때문에 온 신경을 다 쓰고 있어요. 레퍼토리 하나하나 멤버 하나하나 내가 다 챙기고 있어요.


실제로 데뷔 55년의 이미자씨가 리허설 때도 오케스트라와 한 소절 한  소절 호흡하며 마치 신인처럼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 15일 일산 드림센터에서 진행 된 독일 공연 리허설


한 분야에서 55년간 정상을 지킨다는 건, 우리의 문화재와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55년이란 역사는 일반적으로 쉽게 셈할 수 없는 시간이잖아요. 제가 올해 15년차인데요, 너무 부끄럽지만 건방지게도 ‘벌써 15년이나 했네...’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근데, 선생님만큼 가려면, 앞으로 40년~!!!가늠조차 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그 역사를 일구어 오신 원동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우선, 가수는 목소리가 천부적으로 타고나야 해요. 천부적인 자질, 후천적인 노력이 같이 돼야 해요. 1등이라는 걸 지킨다는 건 보통 어려운 게 아니잖아요. 지금에 와서 저에게 많은 분들이 사랑과 존경을 표하시니까, 제 몸가짐이 너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옷도 마음대로 입을 수 없고, 사람 많이 모이는데도 맘대로 가서 혹시 내가 실수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나가도 싶어도 나가지 않아요. 단조로운 삶을 살아왔죠. 평생 술. 담배를 전혀 못했어요. 그래서 목이 걸걸하게 되지 않았죠. 다들 어떻게 그렇게 답답하게 사냐고 하지만, 저는 그게 습관이 되어서 전혀 답답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결코 쉬운 삶은 아니죠.

55년 동안 정상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은 '절제'군요.

화가 나서 싸우고 싶어도 참고, 아파도 참고,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할 수 없어요. 왜 참냐고 물으면 참는 게 나아요.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잘 참았다’라고 생각이 들어요. 근데 그렇게 하기가 너무 힘들지요. 공연이 확정되고 나면 충실히 열중해야겠다는 각오로 몸과 마음가짐으로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내가 언제까지 노래하겠냐고 물어보는데, 나도 몰라요. 은퇴라는 건, 팬이 찾아주지 않으면 그게 은퇴지 그걸 내가 언제 은퇴한다고 공고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를 찾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게 은퇴예요.

선생님 말씀은 겸손한 말씀이지만 동시에 엄청남 자신감이신 거 같아요. 선생님만 하실 수 있는 거 같아요(웃음) 

지금까지 내가 앞질러 말을 많이 했어요. '이게 마지막일거다'라고 이야기한 게 벌써15년 전이에요. 사실 40주년, 45주년 50주년...이제 55주년, 여기까지 올지 몰랐어요. 그저 아직까지도 완벽히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 목소리를 허락하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선생님의 노래가 많은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위로가 된 비결이 무엇일까요? 

가수는 자신의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들 수 있는지, 타인의 인생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늘 깊이 살펴봐야합니다. 진정한 '가수'는, 듣는 사람에게 감정을 불어 넣어주고 가슴에 가 닿아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까지 연결될 수 있는 노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신념이에요.

MBC와 선생님의 인연도 깊다고 들었어요.

MBC 라디오개국과 TV개국 현장에서 제가 공연을 했죠. MBC 10대가수는 1회부터 11회까지 했는데, 가수왕을 3번 했어요. 인사동 MBC 부터 있었던 사람이 MBC직원 중에도 아마 없을걸요?(웃음) 

6,70년대 MBC 주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


 

2002년 9월 27일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여린 MBC 평양특별공연에서


인사동, 정동, 여의도, 일산, 평양, 독일까지 MBC의 굵직굵직한 역사의 순간마다 선생님이 증인이 돼 주신 거잖아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시고, 왕성한 활동 보여주세요. 

난 왕성한 활동보다, 할 때까지 매 순간 충실하겠습니다. 

모두의 마음을 힐링할 <이미자의 구텐탁, 동백아가씨>독일 공연의 성공을 기원하겠습니다.


 

. 방현주 아나운서 / 사진. 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