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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eople

[방현주's TALK] MBC는 나의 꿈, 이재은 아나운서

                     

  이재은 아나운서



이재은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스포츠 매거진>에서 류현진 선수와 추신수 선수의 역사적인 맞대결 현장 소식을 전했던 장면이 큰 화제가 됐었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은데요?

꿈에 그리던 LA다저스 경기장에 가보니 감동 그 자체였어요. 류현진 선수는 <스포츠매거진>을 자주 시청한다고 말해줬고요. 추신수 선수가 1번 타자라 1회 초부터 두 선수가 만났는데, 카리스마는 오히려 추신수선수가 더 굉장했죠.  류현진 선수는 카리스마보다는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지는 스타일이었어요, ‘잘해야지’라는 부담감보다 ‘즐기자, 재미있게 하자, 실점을 하더라도 다음에 잘하면 되지’하는 마인드 컨트롤이 대단한 선수였죠. 그래서 저는 류현진 선수의 위기관리능력을 곁에서 보면서 방송을 할 때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실수를 해도 대담하게 넘길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어요.





또 류현진, 추신수 외에도 다저스의 커쇼 선수 인터뷰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데, 커쇼는 사이영상을 2번이나 수상한 정말 유명한 선수인데, 제가 직접 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더그아웃에 있길래 인터뷰 해줄 수 있냐고 했더니 흔쾌히 응해주어서 인터뷰했는데 커쇼선수가 인터뷰 하는 일이 매우 드물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뷰 모니터링에서 너무 들떠있었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지금 배우는 입장이라 당시에도 팬심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앞으로 실력이 쌓여 정제된 인터뷰를 할 수 있을 때가 와도, 그 본 마음은 잊고 싶지 않아요. 


LA다저스 1선발 클레이튼 커쇼 투수(우)



FoxTV에서 이재은 아나운서의 인터뷰가 전 세계에 방영됐다면서요?
사전에 인터뷰를 위해 준비도 많이 했겠죠?

LA에 가기 전부터 너무 설레어서 잠을 못 잘 정도였어요. 두선수의 경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모니터링 했고, 다저스 경기장을 간다는 것, 또 더그아웃에서 인터뷰를 할거라는 것, 지금껏 한번도 두 선수와 함께 인터뷰 한 적이 없는데 제가 최초로 그 인터뷰를 한다는 생각에 많이 준비하고 갔어요. 양 팀 선수들 데이터도 조사하고, 질문지도 신경써서 준비했죠. 다저스경기장에 도착한 순간, 천국에 온 느낌이었죠. TV로만 보던 선수들, 푸이그나, 세계적 선수들이 제 눈앞에서 운동을 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그 짜릿함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제가 아나운서가 됐다는 사실에 또 한 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한마디로 ‘정말 좋고, 감사했어요'. 



저도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 때, 각사에서 올림픽 주경기장에 단 2명만이 들어갈 수 있었는데,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국민들에게 역사적 현장을 전한다는 생각에 사명감을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미국 스포츠 중계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허구연 해설위원(가운데) 빈 스컬리 캐스터(우)

허구연 위원님의 소개로 저희 옆 부스에 있던 다저스의 살아있는 역사, 빈 스컬리를 직접 만났어요. 1950년부터 63년 동안 다저스 중계를 하신 분인데, 85세로 올해까지 중계하시고 은퇴하신대요. 정말 만나 뵐 수 있다는 자체가 영광이었어요.
마침 그날이 빈 스컬리 버블헤드데이 이벤트가 있었는데, 하프타임 때 빈 스컬리가 일어나서 인사를 하니까 모두가 기립해서 경의를 표하는 모습이 소름이 돋을 만큼 감동적이었죠.
그 분은 특히 취재력으로 유명한데, 모든 선수에 대한 세세한 정보력이 엄청나세요. 이번에도 저희 쪽 부스로 오셔서 ‘류현진 추신수가 한국에서 같이 있을 때 빨래를 대신 해줬다고 하는데 진짜냐? 왜 그런 거냐?’ 이런 질문을 하시는데 존경받는 명 캐스터가 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MBC 스포츠 중계팀과 함께

 

빈 스컬리도 가장 좋아하는 일을 누구보다 신명나게 한 것이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 싶은데, 이재은 아나운서의 방송을 보면, 스포츠를 정말 좋아하는 것이 보여요. 스포츠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저는 아나운서도 스포츠 때문에 꿈꾸게 됐어요. 고등학교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는데, 미국에서는 할 일이 많지 않아서 호스트 부모님들과 골프, 농구, 풋볼 등 모든 스포츠 경기를 매일매일 TV로 봤죠. 그런데 스포츠 중계가 진짜 다이내믹하고 멋져서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진행자의 박진감이 넘치고 짜릿한 중계를 일상 속에서 접하며, 그렇게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하고, 스포츠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죠.


입사 면접 때도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네, 자기소개도 스포츠 이야기를 곁들여 했었어요. ‘퍼거슨 감독이 내일 중요한 경기가 있는데 어떤 선수를 선발시킬까? 골을 잘 넣는 선수,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 내 생각에는 마지막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필요할 거 같다, 나는 MBC에 그런 선수가 되겠다’라는 준비된 멘트를 했죠. 

오~창의적인 답변이네요!
 

 

이번 류현진선수 단독인터뷰 후에, 많은 인터뷰 요청이 있었는데, 이재은 아나운서가 사양했다고 알고 있어요. 남들이 못하는 것을 했는데, 인터뷰를 고사한 이유는요?

아직 준비가 안 된 거 같고, 아직 그럴만한 위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야구공 들고 인터뷰하고 주목받은 것도 사실 부담이 됐어요. 전 스포츠 현장을 리포트 하면서 자연스럽게 경기와 현장에 녹아들고 싶거든요. 제가 아닌 ‘경기’와 ‘선수’가 부각됐으면 좋겠어요. 이번에도 아쉬운 점이 제가 그 야구공을 들고 ‘류현진 선수가 추신수 선수를 상대로 삼진을 잡은 공’이라고 말했는데, 갑작스럽게 연결되어 준비할 시간이 없이 생각난 대로 한 멘트였어요.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추신수 선수가 섭섭했을 거 같아요. 차라리 ‘이 공이  바로 류현진 선수와 추신수 선수의 역사적인 맞대결을 했던 공’이라고 얘기했으면 좋았을 텐데...평생 아쉬울 것 같아요.


그게 바로 현장에서만 깨달을 수 있는 값진 경험일거에요. 다음에 만약 또 기회가 있다면요?

기회가 된다면 이번엔 추신수 선수 입장에서 배트를 들고 신시내티 더그아웃에서 리포트 하고 싶어요. 


방송사 중에, MBC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나요?

전 꼭 MBC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어요. 항상 MBC만 바라봤어요. MBC 아나운서 선배님들 보면 카리스마와 자유로움, 고유의 정체성이 더 확실했고, 제가 그런 DNA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성정과 MBC가 가장 잘 어울리고 자연스럽게 녹아들 거 같다고 믿었어요.  MBC 아나운서만의 독특한 컬러가 좋았습니다. 


 

 

방현주 아나운서 이재은 아나운서



제가 97년에 입사했으니까 15년 차이가 나요.
15년 뒤의 재은씨의 모습을 생각하면 어떤 모습이 그려지나요?

제가 26살이니까 마흔이 될 것 같은데, 선배님 같은 모습일거 같아요. 결혼해서 아이들 키우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자연스런 모습이 되고 싶어요. 큰 야망을 가지고 연연해하기 보다는 주어진 일을 열심을 다하며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되고 싶어요. 


이재은 아나운서가 아침에 아나운서 국에 들어오는 순간, 아나운서국을 환하게 만드는 좋은 에너지가 있다는 것 아나요?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지요?

일상에서나 방송에서나 저의 밝은 기운이 상대에게 전해져, 보면 볼수록 기분 좋아지는 아나운서 되고 싶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스포츠 외에는 라디오를 진행하고 싶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어야 타인의 이야기도 이끌어 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차근차근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은 스포츠였는데 감사히도 빨리 하게 되어서 1차적인 목표를 이루었고, 그때그때 맡겨진 프로그램에 온 맘을 다해 잘 해내고 싶어요. 



2년차 아나운서, 이재은에게 MBC란?

저한테는 아직 꿈같은 곳 같아요. 제가 입사하기 전, 시험기간에 매일 밤마다 MBC에 와서 회사 건물을 3바퀴 돌며 마음의 염원을 담아 기원했어요. 경비아저씨들이 쳐다봐서 모자를 쓰고 ‘회사를 다닐 날을 상상하면서 기대하면서’ 돌았죠. 그래서 제가 지금 그렇게 바라던 MBC에 다닌다는 게 진정으로 기쁘고 행복해요. MBC 회사 건물만 봐도 좋고 구성원이 됐다는 것에 감사해요.

 


. 방현주 아나운서 / 사진. 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