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담은 예능
신정수 PD하면, 제게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는데요. <놀러와> 세시봉 설특집을 위해, 어떤 지하 스튜디오에서 연습하고 계실 때, 저도 세시봉 팬이라, 아는 작가분과 같이 갔었어요. 그때 송창식,조영남씨 등은 의자에 앉아서 연습하고 있었는데, 신정수 PD는 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음악에 완전 심취해 있더라고요. PD가 콘솔 앞에서 지휘하거나 큐를 한다던가하는 모습이 아니라, 바닥에 앉아 노래에 빠져있는 그 ‘뒷모습’이 신정수PD라는 사람을 말해준다고 생각했어요 .
세시봉 분들은 워낙 나이와 내공이 있으신 분들이고, 제가 그분들 노래를 워낙 좋아해서 방송에 어떻게 나갈까보다는,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라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출자 심정보다는 팬의 심정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연출을 해보니까, 어느 순간에 내 마음이 연출자의 마음과 팬의 마음이 왔다 갔다 할 때 그때 좋은 프로그램이 나오더라고요. 연출자가 출연자,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으면 확실히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걸 느꼈던 게 '세시봉'이었던거 같아요.
요즘 토크쇼가 힐링이 대세지만, 힐링토크는 <놀러와>에서 시작된 거 같아요. 힐링이라는 것은 '편안함'이 있어야 하고 그 안에 '존중'이 필요하잖아요. 이 두 가지가 어우러져서 자유로움까지 느껴질 수 있는 단계까지 가면 사람들이 마음이 열려서 감동이 나오는데 그게 <놀러와>에서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 때는 잘 나갔던 때라 뭐를 해도 좋은 반응이었죠.^^ <놀러와>를 3년 넘게 했지만 처음에는 토크쇼가 처음이라 잘 몰랐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연예인에 대한 선입견 중에 "가식적이다" "카메라 앞에서만 그럴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처음에는 했었는데, 토크쇼란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애정을 가지고 사람을 접하고 연기자들과 직접적 관계를 갖다 보니 그러다보니 토크쇼도 잘 되고 그 사람 이야기도 더 많이 들을 수 있고 다른 아이디어도 나오고 그랬던 거 같아요.
<게릴라 콘서트> <전파견문록> <나는 가수다> 등 성공한 프로그램을 많이 이끌었는데, 가장 중요한 필수요소를 뽑는다면?
사람들을 세밀하게 엮는 공감, 인간에 대한 공감. 그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스플래시> 새로운 도전
: 8월 23일(금) 밤 10시 첫 방송
<스플래시> 현장 심사위원 신청 접수 GO! GO!
http://www.imbc.com/broad/tv/notice/2273233_38849.html
그래서일까요? 이번 <스플래시>는 다소 의외에요. '서바이벌' '스타' '다이빙' 기존의 신정수PD가 가지고 있던 '토크', '음악', '진정성' 같은 키워드와 상충되는 면이 있지 않나요?
그럴 수 있죠. <스플래시>는 외국에 있던 프로그램의 포맷판권을 사온 것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포맷판권을 구매하는 부분에 매우 긍정적이에요. 글로벌 시대에 프로그램을 잘 기획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에서 통용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와서 발전시켜, '자기와의 싸움에 충실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한국화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가수에 따라 완전히 느낌이 다르고 완성도가 다르듯이, 요즘 다이빙 소재로 벤칭마킹한 프로그램이 이미 방송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정수PD라서 더 기대가 됩니다.
일단 두 가지 측면을 보여주려고 해요. 외국의 <스플래시>는 상당히 화려해요. 유럽에서는 화려한 쇼로 접근하죠. 첫 번째는 그런 화려한 면이 볼거리가 될 것이고, 두 번째는 화려함 속에 자기와의 싸움, 그런 과정을 충실히 보여주려고 해요. 화려한 볼거리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면 두 번째 요소는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이에요.
네덜란드 SBS6의 원작 <Sterren Springen>
세계예능의 트렌드가 '익스트림 스포츠와의 만남'이에요.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게 중요한데, 그런 모습을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게 극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죠. 다이빙, 스키점프, 등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아무래도 일반인들도 많이 찾고 향유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인업을 구성할 때 핵심은?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구성이 포인트에요. 사람들이 '아이돌 육상선수권대회'의 수영버전이 아니겠느냐 라는 말도 하는데, 그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 연령대를 광범위하게 가자는 게 첫 번째였고, 둘째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스플래시 출연자 25인>
MC : 신동엽, 전현무
샤이니 민호, 씨스타 소유, NS 윤지, 배우 양동근, 김영호, 오승현, 개그맨 이봉원, 샘 해밍턴, UFC 챔피언 김동현, 아이비, 슈퍼주니어 강인, B1A4 공찬, EXO 타오, M.I.B 오직, 레이디스 코드 권리세, 홍여진, 이훈, 임호, 조은숙, 최수린, 박재민, 홍석천, 김새롬, 클라라, 여홍철
양동근씨의 경우, 예능, 드라마도 오래 쉬면서 칩거생활을 했는데 '자기와의 싸움'을 보여주겠다는데 동의해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또 한류가 대세라 한류스타도 출연합니다. 슈퍼주니어, B1A4, 시스타 멤버 등이 참여합니다. 글로벌마케팅의 포인트이죠.
또 샘 해밍턴도 도전하는데, 샘이 다이빙하는 거 보면 깜짝 놀랄거예요, 지금 맹연습 중인데, 호주는 중학교 때까지 다이빙을 배운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잘해요. 초보자들은 다이빙하면 배치기를 많이 하는데 다치지는 않지만 타박상입은 것처럼 아프거든요, 근데 샘 본인은 하나도 안아프다고 그러는데 진짜 웃겨요. 샘이 대세구나 싶고, <일밤-진짜 사나이>이후 샘을 위한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샘을 통해 문화의 차이도 느낄 수 있고, 뚱뚱한 사람이 도전하는 것도 볼 수 있어서 재미있을 것 같아요.
신정수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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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관전포인트는 무엇일까요?
공감, 공포감, 떨림, 성취감 같은 감정의 드라마죠. 특히 여러 카메라기법으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물속카메라 뿐 아니라 10m 위에서 출연진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리얼하게 보여주려고 고심 또 고심 중입니다. 밑에서 보면 저 정도면 할 수 있겠다 싶지만 막상 위에 서보면 쉽게 할 수 없는 게 다이빙이에요, 사람이 공포감을 느끼는 높이가 10m라고 하는데 그런 공포감을 극명하게 보여주면 사람들이 많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말씀 들어보니, 스플래시가 '고통을 극복하는 한편의 드라마'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출연진들의 공포를 공감하려면 신정수PD가 먼저, 뛰어보셔야 하는 건 아닐까요?!!
연출진들과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있고, 저도 5m, 7m한번 뛰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경험해보면 제작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지겠죠.필요하다면 저도 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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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플래시>가 시작하면 예능국이 |
진심으로 기뻐요. 저는 90년대에 입사해서, 10년을 버라이어티 최전선에서 뛰었어요. 조직의 가장 큰 힘은 '재생산구조'를 가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70년대 송창의, 신종인PD, 김영희 김현철 등 80년대 선배들, 90년대는 여운혁 그리고 김태호까지 쭈욱 이어져 온 흐름을 받아 과연 누가 바통을 이을까 생각이 많았죠.
우리가 어려운 시간들을 겪으며 시청률도 떨어지고 프로그램도 많이 없어지고 그래서 예능PD들이 사기가 저하됐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5,6개월 만에 긴 호흡을 가지고 후배들이, 특히 2000년대 이후 입사한 후배들이 주도가 되어 불씨를 다시 살리는 모습을 보고 MBC예능국의 생명력이 길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배들이 MBC의 훌륭한 조직문화와 선배들의 좋은 인자를 잘 배워서 계속 재생산될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구나 생각했죠.
2000년대 후배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그게 또 성공을 하니까, 다른 후배들도 자극을 받아서 아이디어를 내는 선순환구조에 들어섰어요. 이럴 때 제일 중요한 건 그런 선순환구조가 깨지지 않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중요한데, 실패하더라도 굴하지 않게 밀어주는 분위기, 믿고 맡겨주는 문화가 담보된다면, 앞으로도 예능 트렌드를 MBC가 끌고 나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기회를 주고, 실패를 해도 위축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마지막으로 M톡의 공식질문이에요. 신정수PD에게 MBC란?
My best Choice. 제가 했던 선택 중에 제일 잘 한 것이 MBC에 들어온 것입니다. 18년 있으면서 이런 좋은 곳에서 저와 공감하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는 기쁨, 최고의 프로들과 일하는 기쁨. ‘선배들을 비판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은 선배들이 물려준 MBC의 소중한 조직문화이고, 그런 것들이 재생산의 힘이었다고 생각해요
지난 1년 동안 겪은 아픔도 컸지만 더 큰 사람, 더 큰 조직이 되기 위한 성장통으로 보면 될것 같아요. 우리의 통증을 잊지 말고, 통증을 치유하기 위해서 새살이 돋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견디어야 하듯이 모두를 품을 수 있는 그런 작업이 필요다고 생각합니다.
MBC의 어려운 시간을 온몸으로 겪어낸 신정수 PD는 여전히 MBC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었다. PD로서 자신의 새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을 얘기하면서도, 많은 동료들의 어려움과 노고를 챙기는 그에게서 덕장(德將)의 풍모가 느껴졌다. 왜 많은 예능국 후배들이 그를 정신적 지주로 삼는지 이해됐다.
그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국민MC 유재석씨에게 신정수PD는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예능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그램이 ‘획기적인 기획’과 앞서가는 ‘트렌드’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신정수PD 같은 경우는, 기획력에 의존하기 보다는 큰 방향이 정해지면 어떤 사람과 갈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옆집 형 같은 그런 사람이다.”
사람을 읽고, 사람을 엮고, 사람을 담는 PD 신정수가 다이빙대에 섰다. 입수가 기대된다.
진행/편집. 정책홍보부 차선영(sycha@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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