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대’를 맡았을 때 어땠나?
그냥 담담하게 ‘내 차례구나’했다. 다만, 경쟁력도 소진되고 폐지론이 대두되는 마당에 ‘내가 마지막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라는 부담은 있었다. 어느 PD가 프로그램 문 닫고 싶겠나?(웃음)
선수단 대표로 선서를 하는 수지(왼) 동준(오)
국내 아이돌이 총출동 한다. 섭외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아육대’가 2010년 추석부터 매 명절마다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돌 가수 매니저나 회사들이 ‘아육대 시즌’이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한다. 그래서 작가들이 섭외를 하면 소속사에서 알아서 출연의사를 밝히는 식이다. 멤버 수가 많다 보니 다 나올 수는 없고 운동 잘하는 친구들을 추천받는다. 신인들의 경우는 다 나오고 싶어 한다. 반면에 이제는 아주 톱 아이돌들은 섭외가 잘 안 된다. 작가들이 그런 면을 많이 아쉬워하기도 하는데 난 ‘안 되는 거 어쩔 수 없지’ 라는 식으로 쿨하게 접근했다.
꼭 나가고 싶다는 아이돌도 있었나?
비스트의 윤두준과 양요섭이 그랬다. 풋살 종목이 결정되고 나서 아이돌 가수 매니저들한테 이런 종목을 하게 됐으니 참여해 달라고 신청을 받았는데, 비스트 매니저한테 연락이 왔다. ‘두준이랑 요섭이가 무조건 기광이랑 셋이서 축구해야 한다고 해서, 일본 스케줄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원래 기광이는 <뜨거운 형제들>을 함께 해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다. 일본 스케줄이 있었지만 기광이만 겨우 조정해서 아육대 MC로 참여하기로 하고 다른 멤버는 안 되는 거였는데, 풋살 한다고 하니까 하겠다고 연락이 온 거였다.
방송 전에는 ‘내일 저희 풋살 방송 잘 나가죠? 너무 기대돼요’라고 문자도 보내올 정도로 좋아했다.
‘풋살’이 ‘아육대’를 살렸다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하게 됐나?
7회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종목을 추가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낯설지 않고 특수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종목, 그리고 단체경기를 찾았다. 야구, 축구로 좁혀졌는데 개인적으로 야구보다는 축구를 좋아한다. 출연자들의 플레이를 좀 더 자세히 보여 줄 수 있는 풋살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풋살협회에 일반인이 할 수 있는지, 자세한 경기규칙 등을 자문해서 ‘할 수 있겠다.’라는 판단이 들어 하게 됐다. 딱히 욕심을 내서 큰 기대를 가지고 한 건 아니었는데 참여한 아이돌 친구들이 워낙 열심히 해줘서 다행히 좋은 반응이 나온 거 같다.
오윤환PD
‘풋살’ 은 남자 아이돌 가수들의 승부욕과 스포츠 특유의 긴장감이 잘 묻어났다. 특별히 신경은 쓴 부분이 있다면?
내가 특별히 연출 한 게 없었다. 경기 정보를 자막으로 넣는 정도가 전부였다. 자막도 예능스타일이 아닌 스포츠 중계처럼 정보제공 차원으로 제한했다. 편집할 때도 긴장감을 주기 위해 더블로 하지 않고, 담백하게 한 컷으로 갔다. 사실, 너무 밋밋하지 않을까 고민도 많았지만, 아이돌 친구들이 너무 열심히 경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 그 진지함과 땀을 진지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촬영할 때도 느꼈지만 편집화면으로 플레이를 보니까 진짜 축구선수가 된 것처럼 진지한 눈빛으로 땀을 흘리는데 나도 예의를 다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슛 뒤에 더블을 넣어서 쪼기 보다는 스포츠 중계처럼 해설과 함께 슬로우로 보여주되 더블은 다 뺐다.
‘부상’이나 ‘긴 녹화 시간’ 등 아이돌가수들이 혹사 아닌 혹사를 당한다는 비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에도 부상이 있었다. EXO의 타오가 높이뛰기를 하다가 허리근육이 빅스의 레오가 풋살 도중 다리 근육에 무리가 왔다.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을 쓰게 되면 무리가 온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서 구급차와 의료진을 대기시키지만, 부상이 일어나고 나면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부상위험이 적은 종목을 선택하는 등 신경을 썼다. 녹화도 이번에는 육상과 풋살을 나누어 동시 진행했다. 물론 15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예년보다는 빨리 끝났다.
아이돌들이 의욕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한다. 연습을 하고 오는 친구들도 많았다. 아육대가 워낙 이슈가 되고 또 경기결과에 따라 단독 샷도 받고 화제가 되니까 과열되는 측면이 분명 있다. 난 아이돌을 ‘철저한 직업군’의 하나라고 본다. 아이돌의 수명을 4년 정도라고 봤을 때 이 기간을 대학 4년 같다고나 할까? 대학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듯이 아이돌 활동 후 내가 배우를 할지 계속 가수를 할지 정말 치열하게 고민을 한다. 경쟁이 엄청나지 않은가? 아이돌은 나이는 어리지만 프로라고 생각한다. 방송사가 슈퍼 ‘갑’이 아니지 않은가, 출연자, 소속사, 방송사 모두 함께 만들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부상 장면을 편집 없이 내보냈는데, 촬영 당시 부정적 기사도 많이 나고 해서 고심했을 거 같다.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사실이고 기사도 다 났고 안 내보내면 은폐하는 거 같았다. 부상도 스포츠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솔직하게 보여주자고 결정했다. 방송 후에, 오히려 부상에 대한 이야기가 줄었다.
반면에 여자 아이돌의 단체경기는 없어 아쉬웠다.
양궁경기를 하긴 했는데, 그건 다음 제작진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웃음)
‘아육대’는 계속 하는 건가? 내년 설에도 볼 수 있는 건가?
내가 결정하는 바가 아니다.(웃음)
<일밤>암흑기를 함께 했다. 요즘 <일밤>의 부활을 보는 게 남다를 거 같다.
기쁘다. <일밤>이 MBC예능의 핵심이니까. <대망>부터 <뜨거운 형제들>까지 하면서 비록 <일밤>을 부활시키지는 못했지만 후회는 없다. 그 때를 떠올리면 시청률 잘 안 나와서 힘들었거나 괴로워 한 게 아니라 정말 열심히 일했다는 기억이 든다. 잘 되는 프로그램 하는 것도 좋지만, PD로서 잘 안돼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 때가 정말 행복했던 거 같다.
버라이어티를 하면 연기자와의 궁합도 중요한 거 같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는데 잘 맞는 연기자나 기억에 남는 연기자도 있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과 합이 잘 맞는 출연자는 김구라 씨와 탁재훈 씨다. 내가 연예인과 특별히 연락을 하거나 친하게 지내는 편은 아니지만, 좋은 인연이 돼서 의리를 지키는 연기자도 있다. 이번 아육대에 나온 기광이도 그렇고, 우결을 통해 알게 된 배우 이시영의 경우는 정말 고맙다. <일밤-대망>이 반응이 안 좋아서 내리기로 하고 4회째인가? 게스트 섭외가 안 돼 힘든 적이 있었다. 그 때 이시영 씨가 흔쾌히 출연을 하겠다고 하고 부산 촬영장까지 내려와 줬다. 또 <뜨거운 형제들 아바타>할 때도 출연해 줬다. 진짜 의리 있는 친구다. 그래서 항상 응원하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고생하면서 했던 친구들이 잘 되는 걸 보면 너무 기분이 좋다.
<우결>에 이시영 씨를 캐스팅한 오윤환PD
예능국 11년차이다. 그 동안 <무릎팍도사>부터 <일밤-뜨거운 형제들>까지 여러 예능프로그램들을 연출했다. 하고 싶은 예능 스타일은?
PD에게는 두 가지 자아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콘텐츠를 추구하는 자아와 조직원으로서의 자아. MBC PD는 정말 복 받은 존재다. 이렇게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건 쉽지 않다고 느낀다. 개인적인 취향은 조금 마니악 하지만 항상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걸 염두에 둔다. 지상파는 시청자범위가 굉장히 넓으니까. 하지만 마이너하건 대중적이건 그건 부차적인 문제고 ‘새로운 거’ 새로워 보이는 걸 하고 싶다. 좀 유행한다고 해서 따라하거나 다른 무엇인가가 떠오르는 그런 아이템은 하고 싶지 않다. 특히 MBC 예능국의 분위기가 이런 걸 용납하지 않는다. ‘쪽팔리게 따라하고 싶지 않다’ 이런 정서가 있다. 안 본거, 새로운 거 만들어서 기획해야 한다가 MBC다.
지금 신입사원 공채가 진행 중이다. 어떤 후배가 들어왔으면 좋겠나?
요즘 친구들은 우리 세대와는 너무 달라서 어떨지 모르겠다. 전혀 다른 인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되바라진 친구’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자기의견 분명하고, 개성 있는 친구가 좋다.
예능PD로서 꿈이 있다면?
이 일을 오래 하고 싶다. 내가 꼭 기획해서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촬영장에 나가는 거 자체가 즐겁고 좋다. 물론 힘들고 짜증나는 일들도 많지만, 현장에서의 모든 작업, 촬영 하고, 편집하고 자막 입히고 음악 넣고 다 돼서 주조에 넘어가는 등 이 모든 작업이 큰 희열과 만족감을 준다. 특히 내가 한 결과물이 명확히 보이는 게 매력적이다. PD로서의 내 모습이 좋다.(웃음)
향후 10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지상파는 ‘공룡’ 같다. 덩치가 크고 시청자 층이 광범위해서 쥐처럼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대응하기가 어렵다. 요즘은 방송이 점점 더 솔직하고 더 독한 걸 요구하지 않나. 지상파의 여러 규제가 표현이나 내러티브의 제한이 되기도 한다. MBC 홈페이지나 다른 채널을 활용해서 프로그램의 B컷을 공개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다.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그런 갈증이 있다.
오윤환 PD는
2002년 MBC에 입사했다. <무한도전>제영재, <나혼자산다>이지선 PD가 동기다. <황금어장-무릎팍도사>로 입봉, <우리 결혼했어요> 환희-요비커플, 전진-이시영, 다소 마이너한 성향의 커플을 탄생시켰고, <대망>부터 <뜨거운 형제들>까지 <일밤>의 암흑기를 함께 했다. <시간을 달리는 TV> 파일럿 프로그램을 연출했지만 안타깝게 정규편성이 되지는 못했다. 11월부터는 <나혼자산다>를 연출할 예정이다.
2012년 추석특집으로 선 보인 오윤환PD가 연출한 <시간을 달리는 TV>
필자주. 꼭 정규편성됐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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