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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라디오 <손경제>의 쉬운 경제 이야기

MBC블로그 2015. 4. 3. 11:21


첫 번째 이야기. 환경개선부담금, 그게 뭐야?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MBC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이하 손경제)입니다만, 진행자의 역할은 제한적입니다. 속칭 '얼굴마담'이라고 부르죠. 인터뷰 대상자를 정하거나 섭외를 하거나 던질 질문을 정하거나 하는 일은 제작진(PD, 작가)이 함께 합니다. 그래서 진행자는 누구 말마따나 '잘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기만' 하는 일만 하면 됩니다.

 


(배우 황정민 씨의 수상소감 모습. 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손경제> 진행자가 이렇게 잘생기진 않았습니다. 그냥 이해를 돕기 위해 올린 사진입니다.)

 

간혹 진행자가 직접 취재하고 원고를 쓰는 코너도 있습니다. 손에 잡히는 경제의 <친절한 경제>라는 코너가 그렇습니다. 진행자인 제가 직접 취재해서 방송원고를 씁니다.

 

제작진들이 다들 열심이다보니 진행자도 가만히 앉아서 밥상 가져오길 기다리기가 미안해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라 그렇습니다.

 

이 코너는 청취자들이 경제와 관련한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그 중 하나의 질문을 뽑아서 답을 해주는 건데요. 대개는 저도 모르는 문제들이 많아서 여기저기 묻고 취재해서 답을 알아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포항에 살다가 부산으로 이사간 한 주부가 언젠가 보내오신 질문은 이랬습니다. "왜 부산의 쓰레기봉투 가격은 포항보다 비싼가요? 쓰레기봉투 가격이 왜 지역마다 다른지 궁금해요" 아니 제가 포항의 쓰레기봉투가 얼마인지 부산이 얼마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포항시청과 해운대구청에 전화해서 일일이 물어보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하며 지내지만 의외로 중요한 문제나 심각한 이슈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지난 3월27일 금요일에 방송된 친절한 경제 코너 역시 그랬죠. 청취자의 질문은 <환경개선부담금 고지서가 집으로 날아왔던데 도대체 이건 누가 왜 걷어가는 거냐>는 거였는데요.*

 

환경개선부담금은 말 그대로 "환경을 개선하려고 하는데 너도 좀 돈을 보태라. 니가 끌고 다니는 경유차가 공해물질을 많이 내뿜어서 환경이 더 나빠졌으니 니가 일말의 책임감을 갖고 이 고지서에 적힌 돈을 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휘발유차는 빼고 경유차량에만 부과되죠.그런데 이 환경개선부담금은 참 재미있는 게 징수율이 45%에 그칩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5910378)

 

물론 부과금을 부과받은 사람들중에 45%만 부담금을 낸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년 고지서를 발송하다보니 상습 미납자들이 많아 그런 사람들을 포함한 징수율이 연간 45%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똑같이 자동차에 부과되는 주차위반 과태료의 징수율은 같은 계산방식이지만 약 80%에 이릅니다.

 

둘 다 시군구청에서 고지서를 보내는데 주차위반 과태료는 열심히 내지만 환경개선부담금은 잘 안낸다는 뜻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환경개선부담금이 금액이 크지도 않습니다. 약 7년 된 카니발 승합차(제가 타고 다니는 차입니다)에 부과되는 환경개선부담금은 약 10만원입니다.(지역마다 다른데 대도시일수록 비쌉니다) 주차위반 딱지 2~3장 정도의 금액이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6&aid=0000521530)

 

똑같이 자동차에 부과되는 고지서인데 환경개선부담금은 주정차위반 과태료보다 왜 징수율이 낮을까요?

 

제가 찾아낸 결론은 환경개선부담금을 징수하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구멍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환경개선부담금은 걷는 주체와 쓰는 주체가 다릅니다. 주정차위반 과태료는 구청이나 군청이 걷어가서 그 돈을 모두 해당 구청과 군청이 씁니다. 그러니 열심히 걷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환경개선부담금은 구청이나 군청이 걷지만 중앙정부 예산으로 다시 가져갑니다. 그런 후에 그 돈을 걷은 구청이나 군청에 징수수수료 명목으로 걷은 돈의 10%를 줍니다.

 

그러니 구청 입장에서는 4만원짜리 주차 위반 과태료 체납자와 10만원짜리 환경개선부담금 체납자가 있으면 4만원짜리 주차위반 과태료 체납자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쓰기 마련입니다.

 

물론 주차위반 과태료를 열심히 걷는다고 시군구청 직원의 월급이 올라가진 않습니다.(연체된 주차위반 과태료를 받아내면 그 고지서를 보낸 직원이나 팀은 별도의 포상금을 받는 제도가 있긴 합니다만 환경개선부담금에도 이런 인센티브 제도는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의 차원에서 보면 다 걷어도 해당 시군구청의 예산이 되지 않는 돈을 징수하기 위해 많은 인력을 투입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주차위반 과태료를 징수하는 팀에는 인력을 많이 배치하게 됩니다. 물론 주차위반 과태료의 발부와 징수는 워낙 대상자가 많아서 그 자체로 많은 인력을 투입할 이유가 생기지만 환경개선부담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취재과정에서 통화한 한 지자체 관계자도 "주차위반 과태료는 징수하는 업무의 체계가 잘 잡혀있어서 혹시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체납자에게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업무 매뉴얼이 잘 되어 있지만 환경개선부담금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주차위반 과태료든 환경개선부담금이든 납부하지 않고 5년을 넘기면 시효가 만료되어 받을 권한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시효를 넘기기 전에 독촉고지서를 보내서 다시 그 시효를 연장해야 하는데 주차위반과태료 부과팀은 이런 일을 부지런히 하지만 환경개선부담금을 걷는 팀은 이런 일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구조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주차위반과태료는 위반한지 한달 이내에 고지서가 날아가고 고지서가 날아오기 전에도 위반 사실이 전산으로 확인됩니다. 이 말은 주차위반을 한 후에 그 과태료를 내기 전에 차를 중고로 팔게 되면 주차위반 사실이 확인되기 때문에 그 과태료를 내야만 차를 팔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개선부담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소 3개월이 지나야 부과됩니다. 즉 전년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분의 환경개선부담금이 다음해 3월에 부과되고 상반기의 환경개선부담금은 그 해 9월에 부과되는 방식입니다.

 

그러다보니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 사이에 차를 파는 사람은 환경개선부담금이 3월에 곧 부과될 걸 알면서도 그냥 차를 팔아버리는데 차를 파는 과정에 아무 장애물이 없습니다. (아직 고지서가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나서 3월에 부과금 고지서가 나오면 왜 난 차도 없는데 부과금을 내야 하느냐며 버팁니다. 부과금을 내지 않으면 차량을 압류하게 되는데 그 때는 압류할 차도 없으니(차를 팔아버렸으니) 시군구청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차량을 매매할 때는 아직 부과되지 않은 환경개선부담금도 날짜를 계산해서 납부해야만 명의변경이 되도록 제도나 법규를 바꾸면 되는데 돈을 쓰는 주체과 걷는 주체가 다르니 누가 먼저 나서서 법규를 바꾸지 않습니다.

 

불법주정차 과태료도 이렇게 빠져나가는 구멍이 하나 있긴 합니다. 10년 이상된 차량은 폐차를 할 때 각종 과태료 미납금을 내지 않아도 폐차가 가능하게 한 제도가 있습니다. 도시 곳곳에 유령처럼 방치된 차들을 줄이려는 정책인데 가끔 과태료 미납분이 많으면 10년을 기다렸다가 이런 제도를 활용해서 폐차를 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시군구청은 불법주정차 과태료를 내지 않고 차를 폐차해버린 차주의 재산을 추적해서 압류를 하고 과태료 고지서를 발송합니다.

 

그러나 환경개선부담금은 돈을 못받을 경우 그냥 결손(못받은 돈으로 간주하고 포기함)처리하고 맙니다. 왜 그런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굳이 열심히 걷어야 할 필요도 없고 아무도 그렇게 하라고 하지도 않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래서 아예 차를 처음에 살 때부터 경유차는 약 10년치 환경개선부과금을 차값에 부과해서 받아버리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그게 저탄소차협력금 제도입니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들의 반발로 이 문제는 쑥 들어가버렸습니다. 환경오염 유발 물질을 상대적으로 많이 내뿜는 국산차가 수입차에 비해 불리할 수 있다는 논리도 작용했습니다.

 

돈을 받는 정부 입장에서야 매년 조금씩 걷나 한꺼번에 차값에 부과해서 걷나 마찬가지지만 차를 파는 회사 입장에서는 차값 자체가 올라가니 반대하는 것이죠. 어차피 소비자가 낼 돈이긴 하지만 차량 유지비로 내는 돈과 차값에 얹어지는 비용은 느낌이 확 다르기 때문입니다.

 

글. 이진우 기자 (MBC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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