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은 멈추지 않는다!"
많은 수식은 필요치 않다. 그 이름 앞에는 ‘거장’이란 두 글자면 충분하다. 바로 영화감독 임권택의 이야기다. 1962년 데뷔한 이래 지난 53년 여간 줄곧 영화와 함께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임권택 감독. 그가 최근 102번째 영화 <화장>을 관객들 앞에 선보였다.
그의 필모그래피가 곧 충무로의 역사나 다름없는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여느 배우나 스태프보다 1시간 일찍 나와 앵글을 고민한다. 최선의 컷이 나올 때까지 고민에 고민을 계속하기 일쑤. 평생을 뚝심 있게 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데엔, 비단 재능만이 전부가 아님을 아직도 증명해 보이는 중이다.
4월 4일(토) 오전 8시55분에 방송되는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는 임권택· 채령 부부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원조 세기의 커플, 임권택 & 채령 부부!
1979년, 임권택은 결혼식을 올렸다. 신부는 여배우 채령. MBC 탤런트 공채 3기로 데뷔, 당대 최고의 스타만 차지할 수 있다는 오란씨 모델로 발탁되는 등 승승장구했던 그녀는, 임 감독과 무려 7년 간 비밀 연애를 했다. 나이 차와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망설였던 임 감독에게 용감하게 먼저 청혼한 것도 그녀였다.
1년에 200일 이상을 밖에서 생활하며 영화에만 몰두한 남편. 임 감독이 ‘대작’을 ‘다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아내의 희생과 내조가 큰 역할을 했다는데... 그녀는 왜 화려한 여배우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임권택의 아내로 살기를 택한 것일까?
임 감독은 유독 가족들에게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배우가 되겠다며 영화판에 뛰어든 아들에게조차 ‘나는 너를 도울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평생 살가운 표현에는 인색했던 남편 임권택, 그런 그가 단 한번, 아내에 대한 마음을 절절히 표현한 적이 있었다던데... 2002년,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와 아내 채령 씨가 흘린 눈물의 의미를 <사람이 좋다>에서 최초 공개한다.
거장 할아버지, 공로상 받는 날
취미는 뽀로로 주제곡 듣기, 특기는 사탕 껍질 까기. 요즘 임권택 감독의 가장 주된 일과다. 수십 명의 제작진들을 호령하며 메가폰을 흔들던 그도, 집에서는 영락없는 ‘손주 바보’ 할아버지일 뿐이다. 영화 외 다른 건 아무 것도 없었던 남자. 때문에 자식들 커 가는 모습도 제대로 지켜보질 못했다. 요즘 그 아쉬움을 황혼 육아를 통해 아낌없이 보상받는 중이다.
지난 3월 25일, 손주 재롱 보는 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르던 거장 할아버지와 전직 배우 할머니가 오랜만의 동반 외출에 나섰다. 마카오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안필름어워드에 참석하기 위해서인데... 이날 임권택 감독은, 여든이 넘은 지금껏 쉼 없이 달려온 열정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수상했다. 담담한 음성으로 발표한 수상 소감은 과연 어떤 내용이었을까? 남편을 향해 보내는 시상대 아래서의 가장 뜨거운 박수, 그리고 그런 아내를 향한 남편 임권택의 말없는 지지를 <사람이 좋다>에서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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