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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니 심판에게 수경을.."

월드컵 PD가 꼽은 최고의 안정환 어록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담당하는 김현일 PD와 박상언PD가 말하는 MBC 해설진의 최고의 어록은 무엇일까?

 

◆ 김현일 PD(축구 전문)

 

톡톡 튀는 남미축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2014 브라질 월드컵처럼, 축구 해설위원 중 톡톡 튀는 매력을 지닌 이가 바로 안정환 해설위원이다. 조별리그에서 안정환 위원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어록은 6월 14일 ‘카메룬과 멕시코’ 전에서 터진 ‘물안경’ 어록이다. 나타우 지역은 최근 사흘에 한 번 비가 내린 곳으로 카메룬과 멕시코의 조별리그가 펼쳐진 날도 굵은 빗줄기로 치열한 수중전이 예상됐다.

 

안 위원은 전반전에서 심판이 두 차례의 오심 판정을 하자, 후반전에서 “비가 와서 심판이 못 본다. 수경을 씌워줘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웃음을 선물했다. 하지만, 이 말은 결코 시청자들을 웃기자고 한 말이 아니다. 수중안경을 써도 다칠 일이 없으니, 정말 쓰게 해도 괜찮다는 게 안정환 위원의 이론이다. 이런 톡톡 튀는 어록은 개막전을 시작으로 유독 오심 논란이 많았던 브라질 월드컵 심판에게 일침을 가한 안정환 위원의 재치이다.

 

 

이 외에도 안정환 위원은 “상대 수비가 앞에 있어도 공을 때려야 한다” “고개를 들어라. 그래야 시야가 좁아지지 않는다” “패스를 해라. 공이 사람보다 빠르다” “메시는 골대를 쳐다보지 않고 슛을 한다” “실력을 먼저 갖춰라. 실력을 갖추고 난 뒤에야 정신력이다”라는 돌직구 해설로 답답한 경기를 펼치고 있는 대표팀에게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어록들은 선수로서의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며, 최고의 공격수 출신인 안정환 위원이기에 가능하다.

 

박상언 PD

 

이번 대회를 통해 MBC 해설진이 남긴 수많은 어록이 있지만 ‘땡큐죠’라는 임팩트 있는 한 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연히 우리 쪽에 유리하게 벌어진 상황을 빗대는 말이지만 안정환 위원의 그 말 속에는 단순히 운이 좋았다는 의미만 담겨 있는 것 같지 않다. 축구에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해야 ‘땡큐 골’도 터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땡큐’는 상황에 대한 고마움인 동시에 집중력으로 그 상황을 만들에 낸 선수에 대한 ‘땡큐’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그의 축구 철학이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또한 대한민국의 조별 예선 3차전이 끝나고 안정환 위원이 패배는 우리의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정신력도 실력에서 나온다.”라고 과감하게 지적해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번 MBC 월드컵 해설이 친근감과 재미가 크게 부각되어 경기를 분석하는 해설위원들의 눈이 상대적으로 묻힌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그들의 재치 속에 누구보다 훌륭하게 경기를 해석하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사실 수많은 어록들보다, 해설을 하며 경기장 혹은 모니터를 바라보던 안정환 위원의 표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비록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의 표정이 흐뭇함에서 안타까움으로, 환희에서 때론 분노로 바뀌는 것을 보며 그라운드에서 뛰어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진지함을 보았고 유려하진 않지만 밀도 있게 터져 나오는 짧은 한 마디에서 천재성을 보았다. 이러한 이유로 가장 기억에 남는 어록은 경기를 바라보는 ‘안정환의 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