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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재미있는 고전을 들어 보셨소?!

표준FM <배한성의 고전열전> 녹음 현장

 

 

월~토요일 오전 11시 45분, 익숙한 고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해 통쾌한 세태풍자와 함께 배꼽 잡는 웃음까지 선사하는 표준FM <배한성의 고전열전>. ‘삼국지’ ‘수호지’에 이어 ‘난중일기’로 돌아온 오디오 드라마 <고전열전>의 녹음 현장을 찾았다.

 

 

新 난중일기 납시오~
지난 2월 26일 3시, 라디오 제2스튜디오에 10여 명의 성우들이 자리했다. 2010년부터 <고전열전>에 참여해 온 ‘MBC 성우극회’ 멤버들이 대부분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김애나 PD가 신호를 보내자 “이 파일은 3월 3일 고전열전 파일입니다”라는 음성이 흘러 나왔고, 녹음이 시작됐다.


<고전열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라디오 최초로 ‘난중일기’를 극화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얽힌 7년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으며, 현재는 임진왜란에서 유일한 해전패배로 기록되고 있는 ‘칠천량해
전’을 방송 중이다.

 

이날은 권율 장군이 원균 장군을 칠천량해전에 출전하도록 회유하는 내용이 펼쳐졌다. <고전열전>의 터줏대감인 배한성의 묵직한 내레이션에 이어 “까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핸드폰을 끄지 않아 NG가 났구나’하고 생각한 순간.

 

“나 도원수 권율이요. 빨리 출전하시오! 메시지 앞에 1 없어진 거 봤소! 확인해 놓고 왜 답장이 없나!”하는 권율 장군(이철용)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까똑” 소리는 NG가 아닌 <고전열전>의 연출이었던 것.

 

권율 장군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은 원균 장군(안장혁)은 한술 더 떠 “에이, 진짜! 이래서 스마트 폰이 싫다니까. SNS 탈퇴할거야!”라며 앙탈을 부려 웃음을 선사했다.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고전열전>만의 탁월한 연출력과 유머감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신랄한 풍자도 빠지지 않았다.

 

“자네들은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를 보고 느낀 점이 없는가”라며 부하들을 꾸짖는 이순신 장군(박일).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불거진 판정시비 논란을 꼬집으며,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듣는 맛’이라고 들어봤소?

 

수십년의 경륜을 자랑하는 명품 성우들의 내공은 대단했다.

 

캐릭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목소리, 대사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 상황에 따른 역동적인 제스처 등 성우들의 변화무쌍한 모습이 드라마 녹화 현장을 방불케 했다.

 

개그맨 김경식과 전영미의 활약도 돋보였다. ‘초월’ 역을 맡은 전영미는 “어머~ 나으리~” “세상에~ 너무 멋져요~”라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홍일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경식도 왜군, 부하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특유의 ‘깐족’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했다.


성우들의 농익은 연기에 곁들여지는 음향효과도 ‘듣는 맛’을 더했다.

 

음향팀은 성우들의 대사 타이밍에 맞춰 술잔을 부딪치고, 밥그릇에 숟가락을 넣어 ‘달그락’ 소리를 내 식사 장면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뿐만 아니라 곤장을 맞는 장면에서는 직접 바지를 걷고 손바닥으로 종아리를 세게 내리치는 등 살신성인 의 자세로 극의 리얼리티를 배가시켰다.


신선한 각색에 완벽하게 어우러진 성우들의 명연기로, 젊은 세대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고전열전>이 라디오의 살아 있는 고전이 되길 기대해 본다.

 

 

글. 정책홍보부 남유리(mbcweekly@mbc.co.kr)

 

<미니 인터뷰> 성우 배한성 "오디오 드라마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Q. 벌써 <고전열전> 세 번째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A. <고전열전>에 애착을 넘어 집착이 생겼다. 사실 성우들의 고향은 오디오 드라마인데, MBC의 유일한 오디오 드라마인지라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애착이 크다. 성우들 모두 ‘<고전열전>의 존폐는 우리에게 달렸다’ ‘반드시 지켜 내야한다’는 생각으로 열정을 다하고 있다.
 

 

Q.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A. 젊은 세대로부터 “잘 듣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오디오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든 지금, 젊은 사람들이 <고전열전>을 들어준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팟 캐스트 등의 열광적인 반응을 보고 있자면, ‘오디오 드라마는 곧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결국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오디오 드라마의 미래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Q. 앞으로의 각오는
A. <고전열전>과 함께 하면서 깨달은 것은 바로 창조적인 콘텐츠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오늘만 해도, ‘카카오톡’이 등장했다. 조선시대에 ‘카카오톡’이라니,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와 현대의 ‘콜라보레이션’ 쯤으로 재미있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한다.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데 탁월한 김도상 작가, 욕심 많은 김애나 PD, 열혈 성우들과 함께,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작품들을 선보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