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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다큐,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 방송 이후

전주MBC 특별기획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

 

 

 

지난 2일 방송된 MBC 다큐멘터리 <육식의 반란- 마블링의 음모>가 고급 쇠고기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집으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의 최고급 쇠고기인 1++(1등급 투플러스 등급) 쇠고기에 지방이 20% 이상 함유돼 몸에 가장 해롭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 직후 인터넷에는 마블링 관련 기사 수십 여 개가 올라왔고, 포털 ‘다음’의 실시간이슈 검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는 축산물 등급제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방침을 밝혔다.

 

지구촌에서 가장 기름지고 가장 비싼 쇠고기

다큐를 보면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가 1등급 이상 고지방 한우의 지방 함량을 소비자에게 공개하지 못하고 부적절하다며 답변을 꺼리는 장면이 나온다. 다큐는 한국의 평균적인 쇠고기가 온통 지방덩어리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줄줄이 공개했다. 미국 최고 등급인 프라임조차 지방 함량이 10%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 보면 1++의 지방함량 20%는 많아도 너무 많은 것이다. 한국의 고지방 쇠고기 생산 비중도 충격적이었다. 미국의 프라임급 이상 고지방육 생산량은 3.3%에 불과하다. 나머지 96%가 2등급(초이스), 3등급(셀렉트) 저지방육이다. 하지만 한국은 프라임 이상인 1등급 이상(1, 1+, 1++)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고지방육 생산 비중이 높다.

 

이런 기현상은 한국의 축산물 등급제가 지방량에 따라 고기를 수직적으로 평가하고, 이것이 가격 책정의 기준으로 고착화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는 그러나 쇠고기에 기름이 많다고 생각되면 2등급이나 3등급 드시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답변해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관계자 역시 대통령상 쇠고기 경매장에서 도매상들을 앞에 놓고 쇠고기를 비싸게 사주는 것이 업계가 함께 사는 방법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동안 소 값은 떨어지는데 왜 쇠고기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지 다큐를 보면 그 이유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국내외 축산업계의 담함과 거짓을 통렬히 고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은 지난 9월 3일 한국방송대상 지역다큐 TV부문 작품상 수상으로 고조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한 다큐 조회 수가 5만 회를 넘었고 뉴스 요약본인 <마블링 권하는 사회>까지 합치면 이미 10만 회를 상회했다. 트위터와 블로그, 각종 카페에는 추석 명절 쇠고기 선물 사기 전에 반드시 봐야할 다큐, 모두가 공유해야 할 `명품 다큐`라는 칭찬 글도 게재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물 등급제 개선 의지 밝혀

농림축산식품부는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 방송 직후 대변인실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이 현행 축산물 등급제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내놓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조만간 마블링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값싸고 몸에 좋은 쇠고기 생산과 유통에 대한 대안 마련에 착수하기로 했다. 현재 축산물등급제는 근내 지방량(마블링)에 따라 고기 품질을 수직으로 줄 세우는 방식이지만 향후에는 수평적 시각으로 구이용인지 국거리용인지, 찜이나 탕용인지 고기의 용도를 분류하는 척도로 삼겠다는 것이다. 실제 호주와 캐나다 등 해외 선진국의 축산물 등급제는 마블링의 양 뿐 아니라 도축된 소의 사육 개월(18개월 이상 또는 이하)이나 암수 성별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가 용도에 맞는 고기를 선택하도록 기준을 제시하는 본래 목적에 충실한 것이다. 

 

저지방육 고집하던 외톨이 농장, 다큐에 나온 뒤 스타 목장

다큐에 소개된 경기도 연천의 명성한우에는 추석을 앞두고 저지방 쇠고기를 구하겠다는 소비자의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농장주는 하루에도 수백 통씩 전화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겠다는 애교 섞인 불만이다. 명성한우는 근내 지방이 형성되기 전인 18개월 만에 한우를 도축하는데 현행 등급 체계에서는 3등급도 받지 못하는 나쁜(?) 쇠고기로 분류되지만 한 마리에 5백만 원을 받을 정도로 소비자의 호응이 높다. 마블링 때문에 1년이나 더 배합사료를 먹여 1등급을 받는 소와 거의 같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농가도 좋고 기름기 없는 고기를 찾는 소비자도 만족한다. 명성한우는 건강한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송아지 운동장을 보유하고 있고 옥수수 배합사료 대신 보리 새싹 등 풀사료를 주로 공급하는 것이 관행 농장의 사육 방식과 다르다. 현재 명성한우처럼 저지방육 생산에 뛰어든 농장은 국내에 수십 군데, 마블링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개선되고 있어 조만간 쇠고기 판도가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주MBC가 만든 명품 다큐, 농촌과 도시의 가교 역할 주목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는 그동안 풍요로운 시대의 종말(2008 지역방송대상 대상)과 물의 반란(2010 한국방송기자클럽 보도상) 등 명품 다큐를 제작했던 전주MBC 유룡 기자가 연출하고 권회승 카메라 기자가 촬영했다. 유 기자는 쇠고기 마블링에 집착하는 생산 유통 구조 때문에 농촌 경제가 피폐해지고 도시 소비자의 건강이 나빠지는 걸 막기 위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유 기자는 "이 프로그램은 한우협회와 축협, 쇠고기 유통업계, 고급 음식점, 축산물품질평가원 등 한국의 식탁을 좌지우지했던 거대 세력의 거짓과 담합을 고발하고 한국의 잘못된 식문화와 쇠고기 생산구조, 환경문제까지 아우른 국민의 알권리에만 봉사한 보도기획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접근하기 어려운 경제, 사회적 이슈를 충격적인 영상으로 담아내 뉴스 다큐멘터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지역을 바로 세워 나라를 바로 세우고 국민 모두를 복되게 하는 지역방송의 책무에 충실한 역작"이라고 덧붙였다. 

 

글. 전주MBC 유룡 차장 / 정책홍보부 류의성(esryu@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