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BC Contents

[동물원이 살아있다] "크흥크흥 울던 호랑이가 머리를..."

 

 

시베리아 호랑이 한 쌍과 수컷 로랜드고릴라 한 마리가  ‘특별 임무’를 띠고 서울동물원으로 이사왔다. 이름하여 ‘종 번식 프로젝트’. 전 세계 동물원들이 멸종 위기종들의 이동과 합사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 3월 25일과 8월 12일, 2부작으로 방영된 <다큐스테셜- 동물원이 살아있다>.

 

종 보존의 메카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서울동물원의 변화상을 짚으며 ‘동물 복지’를 각인시킨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동희· 전영표 PD가 전하는 생생한 제작후기를 들어봤다.  

 

이 PD는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이 단순 구경거리가 아니라 본능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명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동물원이 살아있다’는 제목도 그런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동물원이 창경원 이래 개원 100주년을 맞은 지난 2008년에 역사적인 의미를 담은 자연다큐 콘셉트로 동물원 시리즈를 처음 구상했다는 이 PD. "동물원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주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부각시켰다면, 동물원의 야생성에 포커스를 맞춰 동물들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수의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무려 348종, 3천 마리의 동물들이 인간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어나 인간과 어울려 살아가고, 함께 늙어가는 서울동물원에서의 촬영이 시작됐다. 창살 너머 신비로운 동물의 왕국을 비춘 다큐멘터리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된 동물원의 현주소를 조명한 2009년 작 <MBC 스페셜-동물원 이야기>, 서울동물원 유인원관 이주 프로젝트 200일의 기록을 담은 2010년 작 <MBC 스페셜-도시의 유인원>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 중심에서 동물 중심으로 변화해가는 서울동물원과의 행복한 동행도 어느덧 5년차, 이번 동물원이 살아있다에서는 야생동물들의 종 보존을 대주제로 삼아 동물원의 살아있는 면면들을 담아냈다. 이 PD는 “동물을 사육하고 전시하는 곳에 불과하던 서울동물원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외치며 동물 복지에 앞장서고 있다. 정서적 안정을 위해 야생과 흡사한 방사장을 조성하고, 보호종 번식에도 온 정성을 쏟는다. 정말 뿌듯한 변화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이 남아있다. 바로 우리의 인식 변화다”라며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시청자들이 야생동물 보호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PD의 바람처럼 동물원이 살아있다 1편은 숱한 화제를 낳았다. 남편 ‘고리롱’이 사망한 뒤 한국 유일의 고릴라로 독수공방해온 ‘고리나’와 그녀의 새 남편으로 점지된 영국 신사 ‘우지지’의 합방 프로젝트, 안면기형과 녹내장으로 고통 받는 시베리아 호랑이 ‘크레인’과 방사된 돌고래 ‘제돌이’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8월 12일, 4개월여의 후속 촬영분을 담은 동물원이 살아있다 2편이 공개됐다.

 

귀한 2세를 탄생시킨 시베리아 호랑이 ‘펜자’의 고군분투 육아일기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어미에게 버림받고 동물병원으로 옮겨진 새끼하마 이야기 등 한 시간을 꽉 채운 ‘동물원 드라마’는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전 PD는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러운 화면과 스토리를 구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야생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굉장한 기다림의 연속이었고, 혹독한 추위와 더위도 견뎌내야 했다. 하지만 그들과 마주할 때면 마냥 행복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와 감동, 위안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녹내장이 심해 앞도 잘 보지 못하는 호랑이 크레인이 이름을 부르자 ‘크흥크흥’ 소리를 내며 창살 가까이 다가와 머리를 들이밀며 쓰다듬어달라는 모양새를 취하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뛰고 눈물이 핑 돈다고 했다. 그는 “가둬놓은 동물을 보러 동물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힐링을 찾아서 동물원에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동물들의 세계에는 인간세계와 마찬가지로, 혹은 그 이상으로 치열한 휴머니티가 있다. 그들과 교감을 나누며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느껴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촬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출산을 앞둔 아메리칸 테이퍼 ‘흑두부’의 산실을 예의주시하면서, 여러 동물들의 생활상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다. 두 PD들은 “아직 10분의 1도 채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장편 시리즈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나중에 동물원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싶다”는 소망도 들려줬다. 따뜻했던 다큐멘터리, 비결은 ‘진심’이었다.
  
글. 정책홍보부 홍혜미 (mbcweekly@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