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곤충, 위대한 본능』이 다른 자연 다큐멘터리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김정민(이하 김)> 첫째는 3D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점이에요. 방송에 나갈 때는 2D로 보이겠지만 촬영은 3D 카메라로 했습니다. 내년쯤에는 3D 영화로 개봉할 예정이에요.
둘째는 최대한 ‘곤충들의 시선’에서 촬영하고자 했어요. 사람이 곤충을 보면 위에서 아래로 보게 되는데, 이번에 촬영할 때는 곤충의 눈높이에서 촬영하려고 노력했어요. ‘이 곤충이 저 곤충을 볼 때 어떤 시선으로 볼까?’ 이런 고민을 많이 하면서 찍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곤충의 생태계를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에피소드 중심으로 곤충들의 희로애락을 담으려고 노력했죠.
Q.피사체가 곤충이어서 특별했던 점은?
김> 곤충이 매우 작은데, 예를 들어 개미를 접사로 찍다 보면 개미의 ‘얼굴’이 보여요. 한 번도 개미의 얼굴을 본 적이 없고 그저 작은 점일 뿐이었는데, 화면 한 가득 ‘얼굴’이 찍힌 장면을 보다 보면 ‘곤충에게도 감정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특이한 점은, 모든 곤충이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알고 태어난다는 거에요. 학습으로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프로그래밍된 것처럼 알고 있다는 게 참 신기했어요. 그래서 제가 프로그램 제목에 ‘본능’이라는 말을 넣자고 주장했어요. 굉장히 고차원적인 본능인 것 같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곤충은 ‘거위벌레’라는 곤충인데요. 잎사귀 안에 알을 낳고 잎을 똘똘 말아 매듭을 지어서 땅으로 떨어뜨립니다. 거위벌레가 잎사귀 넓이를 재서 입으로 자르고, 똘똘 말기 위해 홈을 파는 장면들이 정말 신기했어요. 프로그램 제목처럼 정말 ‘위대한 본능’이었습니다.
Q.400일 간의 촬영 기간 동안 힘든 점은 없었나?
김> 생각보다 힘들진 않았어요. 『아마존의 눈물』 찍을 때는 몸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고요. 우리가 찍은 곤충들이 어렵게 찾아 다녀야 하는 것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사는 곤충들이었거든요. 다만 3D로 촬영하는 과정이 매우 새로우면서도 낯선 부분이 있었죠. 3D는 무조건 왼쪽과 오른쪽에서 동시에 촬영해야 해서 많이 수고스럽고, 장비의 부피도 컸습니다. 기동성이 있는 곤충을 찍어야 하거나 낮은 앵글로 찍어야 할 때는 제약이 많더라고요. 촬영을 위해 장비들도 직접 제작했는데 시행착오도 많았죠.
Q.『아마존의 눈물』 때는 삐융에, 이번에는 말벌에 쏘여 병원에 실려갔다고 하던데?
김> 사실 제가 벌에 쏘일 상황은 아니었어요. 촬영 당시, 카메라 감독들만 벌집에 가까이 있고 저는 좀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말벌 한 마리가 저를 향해 날아오더라고요. 평소에는 약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안전 장비를 챙겨 입곤 했는데 하필이면 그 날 입고 있지 않았어요. 벌에 쏘이고 응급실에 갔는데 3일 정도 지나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Q.촬영기간에 있었던 일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김> 우연히 쇠똥구리를 발견해서 찍게 된 일이 기억에 남아요. 쇠똥구리는 멸종된 것으로 여겨지는 종이라, 찍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조연출이 거위벌레를 찍으려고 기다리다가 눈 앞에 뭐가 휙 지나가길래 탁 쳤대요. 잡고 나서 보니 그게 쇠똥구리였던 거에요.
그래서 쇠똥구리가 근처에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찍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쇠똥구리가 잘 나타나지는 않으니까 주변에서 소의 변을 구해서 쇠똥구리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찍었어요. 하루에 한 마리 정도 날아왔는데, 지루하게 기다리다 쇠똥구리가 나타나면 그 희열이 매우 컸었죠.
<23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긴다리 소똥구리'>
한국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긴다리 소똥구리’가 23년 만에 제작팀의 카메라에 포착 되었습니다. 과거 한국에선 ‘긴다리 소똥구리’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휩쓸린 ‘긴다리 쇠똥구리’는 1990년 강원 철원과 양구에서 확인된 이후 약 20년간 자취를 감췄습니다. <곤충, 위대한 본능> 제작팀은 23년 만에 충북 제천에서 ‘긴다리 소똥구리’를 발견, 그들의 생태를 촬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20년간 ‘긴다리 소똥구리’는 어떻게 종족을 보존하였을까요?
광택이 없는 검정색의 등껍질, 길이 10mm가량의 작은 몸 크기, 가늘고 긴 뒷다리 발목마디가 특징인 ‘긴다리소똥구리’는 과거 한반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곤충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기록된 소똥구리과 곤충은 약 33종. 그 중 경단을 만들어 굴리는 것은 ‘왕소똥구리’, ‘소똥구리’, ‘긴다리소똥구리’ 단 세 가지 종입니다. ‘긴다리소똥구리’는 턱과 둥글게 구부러진 뒷다리로 동물의 배설물을 꼭꼭 다져가며 자기 몸통과 비슷한 크기의 경단을 완성합니다.
경단을 만든 뒤 땅속에 묻어 놓고 4월 말에서 6월 초 에 한 개씩 알을 낳아 놓으면, 이 알이 부화해서
경단 안쪽부터 소똥을 파먹고 산다고 합니다, 경단 안에서 번데기 시기까지 거쳐 8월에 성충이 되어
땅위로 나옵니다. 23년 만에 세상에 나타난 긴다리소똥구리, 소똥구리에겐 사람들의 보호가 필요합니다.
Q.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김> 제가 『곤충, 위대한 본능』을 촬영하면서, 우리 인간이 곤충에게 ‘진격의 거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우리가 곤충을 볼 때는 작은 존재들이니까 쉽게 대할 수도 있지만, 곤충들의 입장에서는 인간이 간섭하는 일이 굉장히 크게 느껴지니까요. 이 방송을 통해 곤충도 하나의 생명체고 그 나름대로 관계를 형성하고 사는 존재라는 것을 시청자들이 알면 좋겠어요.
Q.김정민 PD에게 『곤충, 위대한 본능』이란?
김> ‘이웃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의 몰랐던 부분을 보게 되는 기회이니까요. 이름만 들으면 시시할 수도 있는, 다 안다고 생각하는 곤충들인데 찍다 보니 알지 못했던 점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재미있었던 점입니다.
정리. 양혜란 객원기자(MBC PD협회)
편집. 정책홍보부 이두호(ruda@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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