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위대한 본능③>"여섯뿔가시거미, 남가뢰"..우리가 몰랐던 곤충 얘기
사냥 중인 여섯뿔가시거미
"거미줄을 철퇴처럼 돌려 사냥하는 거미, 벌에 올라타야 살 수 있는 곤충..참 신기했습니다.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볼 수 없었던 곤충들의 이야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오는 29일 금요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MBC 창사 52주년 특집다큐멘터리 <곤충, 위대한 본능>. 연출을 맡은 김진만 PD의 말이다.
김 PD가 말한 거미는 `여섯뿔가시거미`다. 거미는 보통 거미줄을 쳐서 먹이를 사냥한다. 그러나 이 거미는 거미줄 뭉치를 철퇴처럼 돌려 사냥한다.
벌에 올라타야 살 수 있는 건 `남가뢰`라는 곤충이다. 남가뢰 애벌레는 꽃술에 숨어 있다가 뒤영벌이 꽃에 왔을 때 사력을 다해 올라타야 한다. 벌집에 가서 기생하면서 사는 곤충이기 때문이다.
집을 정비 중인 나나니벌.
먹잇감을 사냥한 사마귀.
주변에 있지만 보이지 않았던 곤충들. 작지만 생존력은 아주 강한 그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곤충전문가와 렌즈전문가를 영입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제작진 모두는 기본적으로 카메라를 쥐고 있어야했다.
또 많은 곤충들이 땅바닥에 살기 때문에 촬영 기본 포즈는 `엎드려쏴` 자세였다. 김 PD는 "제작진 10여 명이 땅바닥에서 엎드리고, 기어가면서 촬영했죠. 멀리서보면 지렁이 같더라니까요. 하하"
아주 더웠던 지난 여름.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에 바닥을 기어야 하니 땅바닥 열기가 몸에 쫙쫙 흡수되는 느낌이었다고. 이 때문에 더위를 먹는 제작진들이 속출했다.
나나니벌을 촬영 중인 김진만 MBC PD.
촬영 도중 장수말벌에 머리를 쏘여 위험할 뻔 했던 김정민 PD. 김 PD는 "왜코벌을 촬영하러 전북 고창군의 고시포라는 곳을 갔었죠. 모래 위에 서 있는데 <아마존의 눈물> 촬영 기억이 날 정도로 더웠습니다"
제작진을 태운 봉고차 4대가 고시포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문을 안열더란다. 조금이라도 더 에어컨 바람을 쐬고 싶어서였다. 30초만 있어도 현기증이 날 정도의 더위, 게다가 카메라를 들고 왜코벌을 기다려야 하는 그야말로 더위와의 사투였다. 물과 얼음을 사러 멀리 나가야 하는데도 서로 "내가 사오겠다"며 자원할 정도로 더위를 피하고 싶었다 한다.
더위가 잠시 주춤한 밤에도 문제는 있었다. 잠과의 싸움. 촬영은 계속 해야 했기에 당번을 세웠다. 우화(곤충이 유충 또는 약충이나 번데기에서 탈피하여 성충이 됨) 촬영은 밤에 가능하기 때문. 잠깐 스마트폰 시간을 보느라 한 눈 판 사이에 왕오색나비가 우화해 촬영을 놓친 적도 있었다.
계곡에서 물잠자리를 촬영 중인 <곤충, 위대한 본능> 제작진.
촬영은 촬영대로 고생했지만, 편집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소똥에 모여드는 소똥구리가 비위에 거슬린다고 하소연하거나, 곤충을 너무 싫어하는데 하루 종일 편집하다보니 꿈에 커다란 사마귀가 나타났다는 제작진도 있었다고 한다.
제작 기간은 700 여 일. 대한민국을 샅샅히 훑으며 곤충이라는 곤충을 쫓아다니다보니 평일은 물론, 주말 집에 들어간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김정민 PD는 "다른 팀에서 원본 촬영본을 보더니 신기하다며 더 보여달라고 조를 정도다. 이런 적은 없었다. 이런 반응을 보니 참 좋은 콘텐츠를 담아 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빨리 방송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글. 정책홍보부 류의성(esryu@mbc.co.kr), 사진 진주 작가(<곤충, 위대한 본능>팀)
왕오색나비.
꽃잎에 앉은 왜코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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