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라디오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었던 멘트가 있습니다.
'팩스번호는 02-xxx....'
지금보다 인터넷이 조금 덜 활성화되었던 시절,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방법 중 하나였던 팩스.
하지만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리면서 PC 통신에 이어 인터넷 홈페이지 사용이 보편화됐죠. 최근엔 스마트폰 무제한 문자 요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문자 참여와 스마트폰 미니 어플로 참여하는 청취자들이 대부분인데요.
최첨단 IT 기술 시대에 오히려 아날로그로 돌아간 방송이 있으니 매일 오후 4시에 방송되는 김현철의 <오후의 발견>입니다.
매주 수요일, 'Fax 時', 일명 '팩시' 코너에서는 팩스로 사연을 받고 있는데요.
라디오국에서 사용하는 팩스는 8층 사무실에 놓여 있기 때문에, '팩시'가 방송되는 시간에는 7층 스튜디오에서 8층 사무실을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는 막내작가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첫 시간보다 두 번 째 시간에, 두 번째 시간보다 세 번째 시간에 더 자주 왕복하는 걸 보니 매주 팩스 참여가 쭉쭉 늘고 있구나~ 실감할 수 있었죠.
팩스의 장점은 뭐니 뭐니해도, 청취자들의 손글씨에서 느껴지는 정겨움입니다.
'예쁜 엽서전'이 열리고, 하루에도 몇십 통씩 손편지가 도착하던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을 다시 느낄 수가 있다는 거죠. 사실 손글씨 사연과 멀어지는 추세인 21세기의 라디오에서 이렇게 과감히 팩스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김현철 DJ의 역사(?)가 큰 몫을 차지하는데요.
김현철 DJ가 '밤의 디스크쇼'를 진행하던 때는 바야흐로 1994년에서 1997년. 벌써 약 20년 전이 돼 버린 그때, 열심히 엽서와 팩스로 사연을 보내던 10대, 20대들이 지금은 3,40대가 되어 '오후의 발견'을 듣고 계신 겁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목소리를 전해주는 김현철 DJ 앞으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방법으로 사연을 보낼 수 있는 거죠. 이 데자뷔 같기도 하고 재현 같기도 한 묘한 감성이 청취자들을 팩스 앞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거겠죠?
우리 집에도 팩스 있다! 우리 사무실에도 팩스 있다! 나도 시 쓸 줄 안다! 하여~ '팩시'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오후의 발견에서 생방송으로 내드리는 시제를 잘 들으시고, 팩스번호 02-368-1530 앞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참여하고 싶은데 팩스가 없다! 하는 분들은, 스마트폰 모바일 팩스 어플 또는 인터넷 팩스를 사용하시면 되고요. 이 모든 팩스 사용법이 어려우신 분들은..............기존의 문자, 미니, 모바일 메신저로도 참여 가능합니다.
하지만, 코너의 제목이 'Fax 時'인 만큼, 코너의 콘셉트가 '팩스'인 만큼! 기왕이면 팩스의 느낌을 살려주시면 좋겠죠? (매주 최고의 시를 보내주신 한 분께는 가구 교환권을 드린다는 고급 정보도 슬쩍 알려드립니다)
감성이 살아 있고, 추억이 살아 있고, 개성이 살아있는 오후의 발견 'Fax 時'.
햇살이 천천히 내려앉는 가을 오후,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하시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글/ 사진. 이고운 작가(sugar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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