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우리는 얼마나 많은 편견을 지니고 사는가? 본문

MBC Contents

<복면가왕>우리는 얼마나 많은 편견을 지니고 사는가?

MBC블로그 2015.05.26 09:08

‘복면가왕’, 우리는 얼마나 많은 편견을 지니고 살고 있는가?

[기고] 서병기 헤럴드경제신문 선임기자

 

MBC ‘일밤-복면가왕’의 가장 큰 장점은 음악과 예능 장치를 잘 배합했다는 점이다.

 

일체의 편견 없이 음악을 그 자체로 듣게 하는 데에도 성공하고 있고 웃을 수 있는 예능적 장치도 들어가 있다. 이 두가지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적절하게 섞여 긴장과 이완을 반복할 수 있게 한다.

 

아무리 노래 잘하는 가수들을 모아놓아도 음악 프로그램만으로는 대중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노래 잘하는 가수를 무대에 세우고, 좋은 음악들을 들려주는 건 모든 대중이 원하는 바다. 하지만 MBC가 과거 ‘수요예술무대’를 통해 그런 작업을 지속한 적이 있지만 대중성까지 확보하기는 늘 어려운 숙제다.

 

서바이벌형 음악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는 그런 고민 하에서 나왔기에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에는 노래 잘하는 중견 가수들을 모아놓고 등수를 가린다는 사실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가수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속에서도 등수 가리기가 묘한 긴장감을 선사해 프로그램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기도 했다.

 

 

이제는 오디션 음악프로그램에서 1등을 뽑는 것에 대한 매력이 확 줄어들어 버렸다. ‘나가수’가 시즌을 거듭하면서 순위 발표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됐다. 약간의 긴장감만 제공하면 된다. ‘복면가왕’은 일단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불러 일체의 편견 없이 노래 부르는 사람을 판단할 수 있게 했다.

 

‘복면가왕’은 ‘감동’을 주는 건 물론이고 ‘웃음’도 적당히 제공한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재발견과 충격, 반전이 나오고 있다. 가희, 지나, 아이비 등 섹시한 댄스가수인줄 알았던 가수들이 감성 넘치는 발라드 곡을 소화했고, 산들, 육성재, 이홍기 등 아이돌 가수들은 요즘 노래가 아닌 어릴 적 자주 들었다는 이전 세대들의 가요를 불렀다.

 

그동안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아이돌 가수는 ‘복면가왕’에서 가창력을 보여주면 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 이미지형 가수가 아닌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복면’은 편견을 벗기는 장치일 뿐이다. 출연자가 복면을 벗었을때 가수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보고 있는가를 느낀다면 이 프로그램은 엄청난 미덕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7일 방송에서도 노래를 부른 홍석천, 배다해, 장미여관의 육중완, 걸스데이의 소진 등이 복면을 벗자 반전과 재발견이 이어졌다.

 

홍석천이 중저음의 남성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상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날 ‘너만을 느끼며‘와 ‘첫인생’을 부른 홍석천은 “편견에 부딪혀 좌절한 분이 많은데 내가 그 중 1번 2번은 될거다. 겉모습이나 기존 모습과 또 다른 진실된 모습을 알려고 조금만 노력하면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사라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50:49, 1표차로 승부가 갈린 역대급 경연도 나왔다. 아깝게 떨어진 ‘유니콘’이 배다해라는 얼굴을 드러내자, 판정단이 “가왕감이 떨어졌다”며 탄원 릴레이를 펼칠 정도였다.

 

장미여관의 육중완과 걸스데이의 소진 역시 각각 ‘웃기는 아저씨’와 ‘러블리걸’이라는 편견을 벗고 노래 잘 하는 가수임이 증명됐다. 작곡가 김형석은 특히 소진에게 “독특한 음색을 가졌는데, 그건 하늘이 준 선물이다. 당신은 노래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라고 조언했다. 앞으로도 뮤지컬 가수나 잘 알려지지 않는 사람 등 복면을 벗었을 때 의외성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재발견 될 수 있다.

 

 

‘복면가왕’의 재미 중 또 하나는 ‘추리’다.

 

정체를 감추려는 자와 이를 밝히려는 자 사이의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판정단과 시청자들은 탐정이 되는 재미를 맛보고 있다. 가수들은 원래 사용하던 옷차림과 걸음걸이, 제스처를 바꿔 정체를 감춘다. 대중에게 목소리가 익숙한 가수는 목소리까지도 바꾼다. 복면가수들이 활용하는 이 같은 ‘트릭’은 혼란을 야기하면서 예능적 재미를 더한다. 어린 가수가 나이 든 사람같은 춤을 추고, 걸그룹이 팔자걸음을 걷고 나온다. 중견 가수가 젊은 아이 같은 토크를 한다.

 

판정단 사이에서는 정체를 숨기는 복면 쓴 자를 밝히는 추리 과정에서 엉뚱한 이야기가 나와도 재미있고 정곡을 찔러도 재미있다. 여기서 김구라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지금까지 맞힌 가수만도 육성재 박학기 현우 이종원 권인하 홍진영 등이다. 음악만 많이 안다고 복면속 가수를 맞힐 수 있는 건 아니다. 김구라는 사람을 관찰하는 ‘종합적인 순발력’이 확실히 뛰어나다.

 

‘복면가왕’에 대한 예상을 넘어서는 좋은 반응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현행 방식대로 하기 힘들어졌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준다. 포스트 오디션 시대 음악예능의 한 유형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기존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제 보통의 스타일로는 힘들고, ‘언프리티 랩스타’처럼 강하고 독한 프로그램만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 ‘복면가왕‘을 통해 기존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도 크게 변화한 음악예능 트렌드를 수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병기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