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BC People

한국식 장르물의 새 지평 <검법남녀> '시즌 2' 가능성은?

미국 드라마(이하 ‘미드’) CSI 시리즈를

연상케 했던 <검법남녀>.

 

하지만, 에피소드 곳곳에

한국 사회의 현실을 녹여냈고,

 

사람 사는 이야기로 차별화를 꾀하며

한국식 장르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검법남녀>가 종영한지 한 달여가 됐지만, 

여전히 그 여운은 가시지가 않습니다.

 

현재 '시즌 2'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데요,

<검법남녀>를 연출한 노도철 PD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노도철 PD : 드라마를 촬영하는 동안 굉장히 행복했습니다. 예전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니 2009년 <종합병원2>를 마쳤을 때, '미드식 수사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더라고요. 그 후로 상황이 무르익기까지 십 년이 걸렸는데, 결국 해보고 싶던 일을 원 없이 해봤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행복하고 뿌듯합니다.

 

 

 

 

노도철 PD : 첫 대본은 지금과는 정반대 설정이었어요. 나이 많고 경험이 풍부한 여자 법의관과 20대의 젊은 남자 검사가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물이었습니다. 첫 회에 썸을 타기 시작하고, 2회부터는 사귀면서 공조 수사를 해나가는 형식이었죠.

 

초고를 받아본 뒤 이 드라마를,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에피소드식 장르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시도된 장르물은 무섭거나 잔인하고 심각한 것들뿐이었죠.

 

또 웬만한 법의학 이야기는 '미드'인 'CSI 시리즈'에서 이미 다뤄졌지만, 미드식 장르물에 한국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조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곧바로 제작사를 찾아가 설득을 했고, 작가들도 흔쾌히 동의를 해서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노도철 PD : 작가들은 장르물이 처음이었어요. 리얼리티를 위해 국과수와 법의관, 검사, 경찰 등을 상대로 철저히 취재를 했고, 전문가들에게 많은 자문을 구했습니다. 장르물의 특성상 매회 반전의 반전도 만들어내야 했고요. 저도 머리를 맞댔습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연출이 원고에 개입하고 수정을 요청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분들은 흔쾌히 수용했습니다. 원고 초고가 나오면 10번 정도는 다시 써보자고 했던 것 같아요.

 

 

연기와 촬영에서도 리얼리티가 중요했습니다. 모든 연기자가 실제 부검 현장에 가서 참관을 했습니다. 시신의 부검은 매우 '드라이'하게 이뤄졌지만, 드라마에서는 실제보다 좀 더 '수술'처럼 보이도록 영상을 구성했죠. 여기에는 드라마 <종합병원2>의 연출 경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연기자와 제작진 가운데 메디컬 드라마를 해본 사람이 나밖에 없었습니다. 의상을 입는 법, 수술 도구 잡는 법, 그리고 수술 절차 등을 하나하나 설명해 가면서 촬영을 진행했고, 부검 장면에 수술하는 분위기를 결합시켰습니다.

 

 

 

노도철 PD : 지상파 시청률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이런 상황이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예전에는 새로운 극작법을 시도해볼까 생각하다가도 시청률에 대한 부담으로 안전한 방법을 택해왔다면, 이제는 시청률이 많이 낮아져서 '뭐든지 한 번 해보자, 크게 손해날 것도 없다'고 생각할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검법남녀> 같은 새로운 극작법도 시도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다. 조직 내의 냉소주의도 극복해야 했고, 캐스팅은 어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방송이 나가고 시청자들의 호응이 점차 커지면서 모두 신이 나서 촬영을 했죠.

 

 

<검법남녀>가 좋은 결과를 낸 데에는 젊은층의 트렌드와 중장년층의 취향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입니다. 중장년층의 경우, 10년 전부터 'CSI 시리즈'를 즐겨 봐왔던 연령대라, 한국화한 수사물에 높은 점수를 준 것 같아요.

 

 

 

노도철 PD : 엔딩 장면이 잘 찍혔어요. 배우들도 촬영본을 돌려보며 만족해했고요. 그런데 이 영상 위에 '지금까지 <검법남녀>를 시청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자막을 넣기가 아까웠습니다.

 

너무 진부했고요. 그래서 미드식으로, 'To be continued'를 넣자고 제안했습니다.

 

 

배우 정재영 씨가 "그러다가 '시즌 2' 안 들어가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며 걱정했죠.

 

그래서 괄호 치고 '이야기는 계속됩니다'라는 문구를 넣었어요. ‘시즌 2’를 하면 좋은 거고, 안되더라도 법의학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겁니다.

 

 

 

노도철 PD : 내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MBC 역사상 전례가 없다보니…. 일단 <검법남녀>의 촬영 세트를 유지해야 할지, 일단 부수고 ‘시즌 2’가 결정되면 다시 지어야 할지, 이 계산부터 해야합니다.

 

 

‘시즌 2’의 대본이 어떻게 나올지도 문제이고, 특히 출연진에게 스케줄을 잡지 말고 무작정 기다리라고 하기에도 부담입니다.

회사나 제작사 입장이 모두 복잡해요. 그래서 조만간 결정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일단 저는 '시즌 2'에 대한 화두를 던졌고, 회사는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노도철 PD  : 가장 중요한 것은 '시즌 1'과 차별성입니다. ‘시즌 1’의 내용을 그대로 반복한다면 시청자들은 식상하게 느낄 수 있어요.
'시즌 2'만의 이야기를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준비가 안 돼 있어요.

 

할리우드 시즌물의 경우는 작가와 크리에이터가 30명 정도 되는데, 우리는 작가 2명과 나, 이렇게 3명이 머리를 짜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일단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만, 가능하다면 출연 배우들은 '시즌 1' 캐스팅대로 갔으면 합니다. 배우들과도 얘기했고요. 개인적 사정 때문에 출연이 어려운 경우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공을 들여 캐릭터를 완성했기 때문에 출연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