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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같은 무술의 세계를 만나다 <여왕의 꽃> 배재일 무술감독

<여왕의 꽃> 배재일 무술감독

예술같은 무술의 세계를 만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연기는 드라마에 긴장감을 불어 넣으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스릴넘치는 액션을 박진감있게 그려내는 배재일 무술감독을 만나기 위해 <여왕의 꽃> 촬영장을 찾았다.



몸을 던지는 뜨거운 연기열정!


‘벌판에서 양쪽 부대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이 간단한 한 줄의 지문이야말로 드라마 현장의 영원한 1급 난제다. 오직 이미지만으로 연출을 해내야 하는 미지의 영역. 이 영역을 채우는 존재가 바로 무술감독이다. 액션 지도에 그치던 과거엔 ‘무술사범’으로 불리던 무술감독. 하지만 이제는 직접 콘티를 짜고편집까지 해내는 ‘감독’의 영역으로까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여왕의 꽃>에서 무술감독을 맡고 있는 배재일 감독. 원래 태권도 선수였던 그는 고3 때 우연히 만난 무술의 매력에 빠져 이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주몽>을 통해 메인 무술감독으로 데뷔했는데, 압박감이 심해 구안와사(안면신경 마비)가 왔을 정도라고.


<여왕의 꽃>에서는 극 초반 ‘레나 정’(김성령)의 모친이 실수로 화재를 일으켜 다른 가족들이 타 죽는 대형 신이 있다. 바람을 등지면 얼굴 쪽으로 불이 붙어 호흡 관련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화재 신에서 호흡은 최대한 참아야한다. 피부 화상은 시간이 지나면 치유되지만, 기도나 장기에열이 들어가면 큰 내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들숨 없이 날숨과 함께 소리를 질러야 하는 것과 방열복이 따스해졌다 싶으면 즉시 엎어져서 불을 꺼야 하는 등 세밀하게 신경 써야 할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배 감독 본인도 예전 인터넷 영화 촬영 때, 불 때문에 위험천만했던 기억이 있다. 추운 날이어서 열을 식혀 주는 워터젤도 바르지 못하고 찬물만 끼얹은 채 촬영에 임했다. 그런데 불을 붙이는 순간 폭발음이 들렸다. 제작진이 실수로 경유 대신 휘발유를 준비해서 점화 순간 휘발유가 폭발하고 만 것이다. 간신히 불바다에서 탈출한 후 병원에서 한 달 반 동안 햇빛도 보지 못하고 치료받았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무술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배 감독은 망설임 없이 ‘믿음’이라 답했다. 상대방을, 감독을, 현장을 믿지 못하면 그것이 몸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믿음이 없으면 안전하게도, 리얼하게도 찍을 수가 없는 것이다. 믿음을 신조로 삼는 배재일 감독의 궁극적 목표는 액션 드라마를 직접 연출해보는 것이다. 최근 본 영화 <바람의 검심>처럼 가능한 한 대역을 쓰지 않고 절묘하게 속도를 조절한 액션 드라마가 그의 꿈이다. 여러 분야에서 무술 감독을 했지만 MBC에 가장 정이 간다는 배재일 감독. 건조한 한 줄의 문장에서 눈부신 영상을 뽑아내기 위해 그는 오늘도 자신이 소속된 액션 스쿨이름 처럼 ‘치구박구’ 있다.


ⓒ MBC | 이민호(드라마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