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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주스 리액션] 2000만 무명배우 박동빈을 아시나요?

 

 

최근 한국 드라마사에 '리액션'으로 이렇게 화제가 된 장면이 있을까?

어쩌면 <한국 연기사> 리액션편에 기록될지도 모를 이 장면..

 

이 장면은 2013년 4월 1일 만우절날 MBC 아침드라마 <사랑했나봐>를 통해 탄생했다.

당시 TV를 보던 시청자들은 만우절이라 혹시 '일부러 저러나?'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무명배우의 연기는

내로라 하는 스타들이 너나할것 없이 따라해 보고 싶을만큼 큰 반향을 만들었다.

 급기야 그 배우는 1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MBC 간판 예능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하게 됐다.

 

진짜가 나타났다!!

 

한국 리액션계의 혁명가 "체했나봐(Che hennaba)"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은행나무침대(1996), 쉬리(1998), 단적비연수(2000), 화산고(2001), 태극기 휘날리며(2004)

야인시대(2002.SBS), 김약국의 딸들(2005.MBC), 대조영(2006.KBS),왕과나(2008.SBS),

성균관스캔들(2010.MBC), 사랑했나봐(2012. MBC), 모두다김치(2014.MBC)

 

1996년 부터 현재까지 거의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여러분들이

'알만한' 대작 영화와 지상파 3사의 유명 드라마를 종횡무진했던 그!

 

헉4

 2,100만!!!

무려 2100만명의 관객이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봤는데..

왜, Why, なぜ, warum, miért, zašto, яагаад

왜! 당신은 이 사람이 언제 나왔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 것인가!

 

 

'김수로'보다 주목 받았던 배우 '박동빈'

 

박동빈의 데뷔작은 한국 영화사에 파란을 일으켰던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침대, 1996>였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천년전 당대 최고의 무관이었던 황장군(신현준)은 궁중악사에게 빼앗겨버린 미단을 찾아 현재로 오게 된다. 부슬부슬 비가 오던날 황장군은 천하의 몹쓸 '강간범'의 심장을 도려내 인간으로 환생하게 되는데...

 

천하의 나쁜 '강간범'이 바로 박동빈의 흑역사..

 

박동빈의 학교 선배였던 강제규 감독은 그를 '강간범'으로 만든것이 미안했던걸까? 아니면 그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였을까? 강 감독은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이자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관객을 동원했던(580만) '쉬리'에 다시 한번 캐스팅 했다. 그것도 북한 테러요원 중 가장 잔인무도한 인물 '배원석'으로... 당시 박동빈의 연기중 한 장면은 너무 잔인해서 삭제가 됐다고 한다. 당시 언론은 그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1999년 3월 25일 경향신문 

"박종문(29)은 가장 먼저 잠실운동장 변전실을 장악하는 냉혈한이다. 북한 테러 요원 가운데 최민식 다음으로 대사가 많은 그는 살기가 묻어나는 어투와 빡빡 깎은 머리로 섬뜩함을 자아냈다. 중앙대 연극과 출신으로 영화 <은행나무 침대>에서 강간범으로 출였했다. (박종문은 박동빈의 실명)

 

???

잠깐만.. 최민식 다음으로 대사가 많았다고?

 

당시 쉬리에 함께 출연했던 단역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아실까나?  

 

김수로, 공형진, 황정민, 장현성...

 

허허.. '김수로'라니.. '황정민'이라니.. 

그런데.. 박동빈이 이들보다 훨씬 비중있는 역할이었다....

 

검색을 해봤다. '네이X'로.. '다X'로 '구X'로... 하지만 결과는 좨~~~ 주스. 주스. 주스!!

16년간 저렇게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했는데.. 캐릭터가 '오뤤지주스'라니...

 

 

 

 

그래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동기들이 저렇게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고 있는동안...,

말도 안되는 '오뤤지' 논란에 휩싸이다니.. 분명.. 그에게 다른 '스토리'가 있을것이라고..

배우로서 이야기할만한 '콘텐츠'가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것이 오지라퍼인 나의 '으리'이자 '숙명'이라고........

류승룡, 김수로, 장현성, 공형진, 박동빈을 나란히 써도 어색하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2014년 5월 26일 오후 4시 여의도 MBC에서 급만남!

 

 

그는 곱게 머리를 하고 왔다. 그의 소속사 홈페이지에서 봤던 그런 완전 카리스마 있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촬영도 없는데 인터뷰를 위해 머리와 메이크업을 하고 왔다. 일단 연예인이다.

 

발연기 논란을 빚었던 아이돌 가수 출신의 배우들과 함께 역설적으로 쓴 <연기의神>편에 나온 16년차 배우. 일단 왜 그랬는지가 궁금했다. 그는 자리에 앉자 마자.. 묻지도 않은 '주스연기'부터 해명하고 나섰다.. 그 이야기는 처음에는 수긍이 안됐지만, 인터뷰를 마친후 그의 '주스 리액션'이 끄덕여졌다.

 

그래서, 먼저 이 박동빈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연기자가 됐고, 어떤 연기를 했는지를 들려주고자 한다.

 

Q. 연극영화과 출신이던데, 어떻게 진로를 선택하게 되신건가요?

 

"아버지는 제가 PD나 기자가 되길 원하셨어요. 그래서 신문방송학과로 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 어느날 대학로에 나갔다가 <대머리 여가수>라는 연극을 보게 됐어요. 제목이 너무 재밌을거 같아서 보러갔죠. 극이 끝날때까지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심지어 기다리던 '대머리 여가수'는 나오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마음속에 뭔가 모를 의문들과 답답함들이 생겨났어요. 저는 연극이 끝나고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연출가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죠. 연출가에게 이런 저런 질문들을 던졌어요. 그랬더니 서점에 가서 프랑스 극작가 '이오네스코'의 원작을 읽어볼것을 권하더라구요.

 

알고보니 이 연극이 '부조리와 비합리의 현실'을 풍자하는 부조리극의 효시였더라구요. 그때 크게 마음이 흔들렸어요. '아! 연극으로도 세상에 화두를 던질수가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연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연출 지망으로 입학을 한것이죠."

 

Q. 아.. 연출지망이요. 그런데 어떻게 연기를 하게 된 것인가요?

 

"89년도에 선배들 졸업작품에 동원이 됐습니다. 연출 전공이지만 1학년때는 다 같이 들으니까요. '햄릿'이란 작품이었는데, 동기였던 공형진씨랑 제가 함께 '창지기' 역할을 맡았습니다.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대사를 모두 외울 정도였죠. 뒤에서 연극을 보는데, 당시 주인공이 '손현주' 선배였거든요. 연기를 너무 잘하시는 겁니다. 진짜 '연기의 神'이었던 것이죠. 그의 연기를 보면서 감동을 받아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3학년이 돼서 저는 연출로 가지 않고 연극반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많이 맡았죠."

 

Q. 아.. '주인공'까지.. 소질이 있으셨네요.. 그러다가 연극판으로 가신거군요..

 

"졸업하고 대학로 연극판에 가게 됐는데, 잘 아시다시피 정말 배고픈 곳이잖아요.. 연봉이 200만원 이었습니다. 음향, 조명, 단역 등 닥치지 않고 일했죠. 어느날 새벽 2시에 대학로앞에 큰 대로를 걷는데, 제가 그렇게 초라해 보일수 없더라구요. 제가 좀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 연극을 한 사람은 '연극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연극판에 대한 '의리'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너무 힘드니까... 영화판으로 손을 뻗친것이죠."

 

Q. 그래서 처음 시작한 영화가 '은행나무침대(1996)' 군요..

 

"그때만해도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간것은 아니고, 당시 '극단 유'에서 함께 연극하던 친구들이 있었거든요. 단역으로 나와 달라고 요청을 받았는데, 제가 첫장면을 맡게 되었어요. 나오자 마자 죽었죠. 비참한 '강간범'이지만, 저에게는 당시 큰 수입이었습니다. 이때 인연으로 강제규 감독님, 박제현 감독님 영화에 패키지처럼 출연하게 된것이죠. "

 

 

Q. 다음 작품이 더 대단한 '쉬리(1998)'네요.. 당시 언론기사를 보니까. '김수로'씨 보다 더 비중있던 역할인걸로 나오던데.. 심지어 황정민씨는 이름도 안나오던데..

 

"김수로, 공형진, 황정민, 장현성.. 당시 함께 동고동락했던 친구들이 지금 모두들 잘됐죠. 잘 되는 배우들은 뭐가 달라도 달라요. 그 친구들은 제가 쭉 지켜봤는데, 잘될만한 사람들이었어요. 열심히 했고.. 저는 그렇지 못했죠. 부족했던 것이죠."

 

인터뷰를 하다보니 만나기전에 각종 영상으로 만나본 그가 아니었다.

강간범, 간첩, 인민군, 애꾸, 건달, 유흥주점 실장, 무명장수 등..

그는 겸손했다. 심지어 45세에게 느껴지는 '순수함'과 '수줍음'이라니....

 

 

Q. 김수로, 황정민, 공형진.. 주변인들이 잘되는 모습 보면서 어떤 생각들이 들었나요?

 

"다들 잘돼서 너무 좋죠. 다만, 제가 잘 안돼서 사실 모임에 나가기도 힘들었고 피하기도 했어요. 2006년 부터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당시 영화 대본이란 대본은 모조리 봤는데, 한편도 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3년을 가더라구요. 2008년에 아버지가 지병으로 사망선고를 받으시고 특히 너무 힘들었죠.

연기고 뭐고 다 그만두고 삭발을하고 고향으로 내려갔어요. 간병하면서 6개월을 지냈죠. 그렇게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아무런 의욕이 안생기더라구요. 친하게 지내던 공형진이 매일같이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았어요. 그리고는 산으로 다녔죠. 정신과도 가봤는데, 아버지 여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Q. 굉장히 힘드셨겠어요. 어떻게 다시 연기를 하시게 됐어요?

 

"한 3년 그렇게 생활을 하니까.. 마음에 안정도 되찾고 감정도 추스리게 됐어요. 그리고 촬영 현장에 일을 구하러 나갔죠. 예전에는 '연극'했답시고 건방지게 대본이나 장르를 가렸거든요. 다시 나오니까 제가 달라져 있더라구요. 뭐든 시켜만 달라고 했죠. 그때 알게된 분이 지금 제가 출연하는 MBC 아침드라마 <모두다김치>의 김흥동PD(MBC C&I) 예요. 이분을 만나서 <무신>, <사랑했나봐>등의 작품을 했죠"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다보니 대화가 좀 늘어졌다.

사실 이렇게 <휴먼다큐-사람이좋다>류의 인터뷰를 하려고 했던게 아니었는데,

그의 색다른 면모를 끄집어 내려고 했던게 내 본래의 목적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급 화제를 돌렸다. 

 

혹시 여러분들은 들어는 봤나?

2000년대 초중반 한국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새 지평을 열었던 창작집단 '오인용'의 B급 걸작

 

<중년탐정 김정일>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이 '실사판'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주인공이 박.동.빈 이었단 사실을!!!

 

 

두둥.. 찾았다.. 오렌지 말고... 진지하거나 별볼일 없는 '단역', '조연' 말고.. '주인공'

그것도 '캐릭터' 있는 '주인공'

 

김정일이라니... 북한 테러부대 말단 '간첩'에서 '수령'이 되었다!!

 

Q.아니.. 어떻게 <중년탐정 김정일>을 하시게 된거예요? 저게 원래 캐릭터신가요? 

 

"<중년탐정 김정일>도 김흥동PD의 작품이예요. 아.. 이거 어떻게 찾으신거예요? 하하하. 너무 반갑네요. 이거 완전 매니아용인데. 제가 은둔 생활을 끝내고 일 구하러 다니면서 처음 연을 맺었던 김PD가 어느날 새벽에 문자가 온거예요. 그것도 2시예요.. 뭐라고 온지 아세요? "똑.똑." ... 참 웃기게도 제가 그걸 보고 전화를 했다는겁니다. 전화를 했더니 아마 술자리였던것 같은데 '그봐! 전화 받는댔지!'하면서 신난 목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다짜고짜 대본을 보내줄테니 한번보고 내일 만나자는 겁니다. 대본을 보긴 봤는데, 어쩌라는건지 싶어서 일단 만났어요.

 

주인공을 하라는 겁니다. 황당했죠. 제가 어딜봐서 '김정일'입니까. 첨엔 말도 안된다고 했죠. '김정일'하고 저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랬더니 김PD가 "형님은 모르지만 우리가 보기엔 딱 김정일이다"라는 거예요. 황당했죠. 그리고 술을 먹이는데.. 2시까지 먹었죠. 손사래를 쳤는데, 택시에 태워보내주면서 "형! 콜했어요! 하는겁니다!" 그리고는 문을 닫아버렸어요. 나중에 하고나니까 재밌더라구요. 지금은 아주 애착이 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필자도 찾았다. 그의 캐릭터...

그리고 그의 쥬스 리액션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는 진지한 어투와 표정으로 그때 상황을 설명했다.

 

"너무 놀라면 이렇게 되지 않나요? 정말 진지하게 연기한거예요.

웃기려고 한게 아니고 대본 받아들고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극중에서 제게 너무 놀라운 상황이었거든요.

라스에서 상황을 주고 MC들 시켜봤더니 다 이해하시더라구요"  

 

 

 

Q.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으세요?  

 

"어릴때는 하고 싶은 역할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주인공이 되기보다 '그 포지션이 생각나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요즘 신스틸러(scene stealer)라고 하죠.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같은 배우들의 옛날 영화들을 떠올리면서, 만약 저 역할을 다른 사람이 맡았다면 누가 잘 어울릴까하고 생각을 해봤어요. 안떠오르더라구요. 딱 최민식이고, 설경구더라구요. 그런 사람이 되는게 배우에게는 가장 큰 꿈이 아닐까요?"

 

인터뷰를 하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또 발견했다.

박동빈의 첫 방송데뷔가 바로 MBC 베스트 극장이었다는 것을

2001년 12월 28일 <그 겨울의 약속>

 

우리는 인터뷰를 마치고 수줍고 어색한 표정으로 하나의 약속(?)을 나눴다.

 

"나중에 잘 되셔서 MBC를 빛내는 배우가 돼 주세요"

"MBC는 제 친정 같은 곳이니까요..이런말 웃기지만.. 꼭 잘돼서..보답하고 싶어요.."

 

 

파이팅

 

 

 

ⓒ MBC | 글. 홍보국 이두호 / 영상. 정재수(MV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