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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eople

“商術의 나라” 중국! 그 無서운 출장기

1993년 여름! 친구들과 배낭을 메고 인천에서 천진으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었다. 말 그대로, 개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순수한 모습의 중국을 보았었다. 천진난만한 얼굴들, 소박한 거리, 엄청난 자전거 행렬, 웅장한 역사유물들..


21년이 지나, 다시  찾은 중국 북경의 모습은 전혀 다른 나라였다. 그 많던 자전거 행렬은 자동차로 메워졌고, 고층의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내가 아는 중국이 아니었다. 새로이 알아야할 중국의 모습, 이제 잠에서 깬 정도가 아니라, 무섭기까지 한 중국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다.

  

 

위성방송과 한류의 힘
위성방송이 중국의 방송시장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만난 안휘위성과 북경위성은 우수한 우리의 제작 콘텐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그 제작 노하우를 전수 받고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중국 당국의 해외 콘텐츠 관련 규제로 인해, 한류콘텐츠를 사다가 방송하기 힘든 상황이며, 그 배경에는 자체 제작력 확보라는 전략적 목표가 숨겨져 있었다. 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기라도 하듯, 중국정부는 각 방송사로 하여금, 직접제작에 의한 제작력 확보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정책이 자국 산업의 발전을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 이루어지다보니, 그 발전 속도는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이다. 벌써 예전의 중국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현지 전문가들의 일관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예전 우리가 일본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연구했듯이, 이제 중국이 우리 콘텐츠를 연구하고 제작노하우를 전수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 한류의 힘이 언제까지 유지 될 것이며, 언제까지 중국이 우리를 필요로 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절실해보였다. 단순히 콘텐츠 수출이나, 포맷 수출을 통한 공동제작 형식으로는, 자칫 제작노하우만 전수해주고, 결국 팽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안광한 MBC 사장 등 임원진들은 지난 18일 중국 동영상 시장 2위 업체인 ‘아이치이(愛奇芝;iQiYi)’ 를 방문, MBC 예능과 드라마 콘텐츠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IT 콘텐츠 삼국지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구글은 알아도 바이두를 모르고, 아마존을 알아도 알리바바를 모른다. 트위터, 페이스북은 알아도 텐센트는 모를 것이다. 이 세 기업을 다 알고 있다면, 나름 중국의 IT시장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세 기업은 거대한 중국시장을 발판으로, 급성장하였고, 그 배경에는 철저한 자국 산업 보호정책이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중국 방송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온라인기반의 동영상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IT기업이 콘텐츠제작에 직접 뛰어들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금 온라인/모바일 동영상 시장이 열리기 시작하며, 거대 IT기업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 그중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의 자회사인 ‘아이치이’를 방문했다. 우리의 ‘pooq’이나 CJ헬로비젼의 ‘티빙’ 같은 동영상서비스를 하는 기업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알리바바는 중국최대의 동영상서비스인 요오쿠 토도우를 인수하고 동영상 기반의 커머스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카카오의 2대주주이기도한 메신저 업체인 텐센트는 텐센트스핀이라는 동영상서비스를 뒤늦게 시작했지만,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항은, 콘텐츠와 IT의 결합이다. 주요 IT기업들이 각각의 본연의 서비스를 발판으로 성장하면서, 이제는 온라인 동영상 시장에 모두 진출하여, 그들만의 리그를 벌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처럼 자체 제작을 확대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단계라고 하지만, 그 발전 속도가 얼마일지는 가늠하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다. 중국의 콘텐츠시장은 이미 방송시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시장도 같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잘 살펴야할 것이며, 이를 잘 활용한다면,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 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Story teller가 되자!
 별그대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아이치이’에 따르면, 동접수가 100만이 이르렀다고 한다. 보통의 드라마 접속수가 5만을 넘지 못하는 사정을 보면, 실로 폭발적 반응이다. 무엇이 이들을 그토록 열광하게 했을까? 문화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여성들의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중국의 여성들은 굉장히 독립적이고 강하다. 중국에는 성폭력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여성의 지위는 남성을 추월한지 오래다. 유교적 문화를 가진 우리와는 정반대이다. 남자가 요리를 하고 아이를 키우는 나라이다. 이러한 중국의 여성들이 어찌 보면, 별그대 같은 독특한 스토리와 연약한 듯 강한 남성이미지에 열광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인기 드라마가 로맨스를 주제로 하고 있음도 아마 이러한 이유일 것으로 추측이 된다.  헐리우드의 영화 트랜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헐리우드는 만화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 그들의 스토리가 다 소진되었기에, 장르를 넘나들며 새로운 이야기거리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심지어 동양철학까지 스토리 만들기에 이용된다고 들었다. 우리도 우리의 제작력만 믿을 것이 아니라, 중국의 이야기들을 연구해야할 듯싶다. 광활한 중국 대륙의 넓이만큼, 방대한 이야기꺼리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기획력, 제작력이 발휘되어야만 한류는 지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안광한 MBC 사장 등 임원진은 지난 18일부터 3일간 중국 안후이TV 등을 방문해 해외 진출 확대 전략을 점검했다. 안 사장은 MBC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인 베이징지사를 찾아 격려했다

 

無서운 출장, 무서운 각오
북경에 2박3일 있으면서, 줄곧 강의를 듣고, 회의를 하고, 방문을 하였다. 자금성, 만리장성.. 북경에 출장가면 당연히 가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던 내 예상은 임원진들의 진지한 회의와 열띤 관심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중국지사장님을 비롯한 실무자들의 치열한 업무추진도 고마웠고, 북경특파원분들의 고생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중국시장을 보고, 만나고, 논의한 시간이 짧았지만 보람되었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다시 찾아보지 못한 자금성이 못내 서운하지 않은 그야말로, 無서운 출장이었다. 이제 “商術의 나라” 중국을 상대하려면, 기존의 방송시장 뿐만 아니라, IT 시장의 변화와 전략, 중국인들의 스토리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심도 있는 중국시장전략을 만들어 볼 각오를 해본다.

 

글/사진. MBC 매체전략부장 이상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