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의 유혹에 빠지다

한 달에 스무날 정도를 해외에 있어 회사에서 얼굴을 보기 힘든 <오지의 마법사> 김준현 PD. 비행기 티켓을 볼 수 있느냐는 부탁에 ‘마일리지 적립이 안되는 저가 항공사 티켓이라 모두 버렸다’고 답한다. 촬영지 답사를 마치고 귀국한 그를 붙잡고, 스릴 넘치고 웃기지만 살짝 ‘짠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에피소드1
“그럼 우리 고향으로 갈까요?”


네팔은 더 이상 오지가 아니다. 모든 마을에 트레킹 코스가 깔리고, 관광객들로 붐볐다. 현지인들도 관광객을 익숙해 했다. 새로운 곳을 찾고 싶었다. 현지 운전기사가 “우리 고향은 어때요?”라고 물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차부터 돌렸다.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렸을까. “고향은 어떻게 생겼나요?”라고 묻자, 기사는 “저도 가본지 10년 됐어요”라며 웃는다.
10년 동안 사라졌을지도 모를, 이름 모를 마을을 향해 몇 시간이고 계속 달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해발 3,000미터 위에 마을이 보였다. 이름도 없는 작은 마을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쌌다. 와서 인사를 건네는 이도 없었지만, 피하는 이도 없었다. 10미터 떨어진 자리에서 배시시 웃으며 행동 하나하나를 살폈다. 외부인을 거의 볼 수 없는 곳, 그들에게 우린 신기한 이방인이었다.


이방인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신기함과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며‘이 프로그램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나절쯤 머물렀을 뿐이지만, 쉽게 잊을 수 없었다. 최민용을 출연자로 섭외할 때도 그 마을 이야기만 했다. 그곳에서 느꼈던 느낌을 그대로 풀어놨다. 스케줄이 바쁘다던 최민용이 늦은 밤 전화를 했다. “궁금해 미치겠다”고 한다. 네팔 촬영이 끝난 뒤, 최민용은 “그 마을에 데려가줘서 고맙다”고 했다.


# 에피소드2
“NO Problem!”


오지 사람들은 느긋하다. 느긋함은 매력이지만, 때로는 내 속을 타들어가게 한다. 조지아에서 이동 중 타이어가 두 번 펑크가 났다. 방송 준비를 위해 당장 저녁 비행기로 떠나야했다. 겨우 찾은 수리 기사는 “NO Problem!”을 외치며 기다리라고 말한다. 느긋하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작가들과 난 작은 구멍가게에서 보드카를 사서 마셨다. 속 터지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세상에서 둘도 없는 보드카 맛이었다.

또 다른 답사지에 도착했는데, 기온이 섭씨 33도. 작열하는 태양과 80%가 넘는 습도에 숨이턱 막혔다. 현지 코디는 날씨가 좋다며 “NO Problem!”. 에라 모르겠다, 이쯤 되면 우리도 “NO Problem!”이다. 뭐, 어떻게든 촬영은 될 거다.


적은 예산 탓에 경유지를 여럿 거치는 비행기를 타며 하늘에서 꼬박 24시간을 보내도, 4시간 동안 걷는 출연자를 찍으러 땡볕 아래서 뒤따라 걸어도, 또 다시 이방인이 된다는 묘한 매력에 오늘도 <오지의 마법사> 팀은 세계지도를 보며 새로운 오지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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