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BC Contents

< PD수첩> 은밀한 폭력,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난 10월, 한 언론사를 통해 소문만 무성했던 문건의 실체가 공개되었다. 바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다. 최근 특검 수사를 통해 이 문건을 직접 작성, 관리한 곳이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나아가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운영에 국정원이 개입되었다는 정황마저 나오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이라면 왜, 언제부터 어떤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을까? 사상 최악의 문화예술계 재앙이라 불리는 블랙리스트의 이면을 [PD수첩]이 집중 취재했다.

 

■‘국정원’ 직접 개입! ‘K'의 정체는?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지난 9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대외비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 중의 'B'와 'K'라는 알파벳이 각각 청와대(Blue House) 와 국가정보원(KCIA)을 의미하며 이는 국정원이 개입한 증거라는 것이다. 
[PD수첩]은 블랙리스트 뿐 아니라 국정원이 출판진흥원 이사 선임에까지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출판진흥원 이사 선임은 출판계의 추천을 받아 문체부 장관이 임명한다. 국정원 요원들은 출판사를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통화 등으로 이사 후보들의 정치적 성향, 가족 관계, 과거 이력 등을 검증했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 주민등록 번호하고, 어머니 주민등록번호까지 다 가르쳐 달라고 그러더라고요.” -A 출판사 대표 

“ 과거 학생운동 전력 확인해갔고  또 하나는 야당 후보 지지선언 했느냐 그러기에 아마 했을 것이다 얘기했는데...” -B 출판사 대표

 

국정원이 이렇게 출판 진흥원 이사들의 성향까지 파악한 것은 과연 누구의 지시인가? ‘청와대’ 혹은 ‘문체부’의 관련 여부는 특검이 밝혀야할 사안이다. [PD수첩]은 국정원에 출판진흥원 이사 선임에 개입한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답변할 수 없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 9,473명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진짜 이유는?

 

[PD수첩]에서는 한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인권 단체 대표를 직접 만나보았다. 해당 단체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중증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 활동비 지원을 받다가 2015년도에 돌연 중단되었다.

 

“4년 전에 문재인 그때 당시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였어요. 당황스럽죠. 이 (단체) 사업의 내용과 다른데 왜 이게 정치적인 탄압을 받아야 하는지?“ -제주장애인인권포럼 고현수 대표

 

야당 정치인 지지와 더불어 블랙리스트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세월호였다. 출판사 ‘문학 동네’가 정부의 예산으로 우수도서 한 종류당 1000만 원어치씩을 구입해주는 ‘세종도서’ 사업에서 피해를 입은 것도 세월호 때문이었다. ‘문학동네’가 발간한 책 중 세종도서에 선정된 것은 2013년 42권, 2014년 25권이었지만 세월호 참사관련 글을 모은 ‘눈먼 자들의 국가’를 출간한 이후인 2015년, 5권으로 급감했다.
 
시집전문 출판사 ‘천년의 시작’은 우수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15년 전부터 한해 1700만원씩 지원 받아왔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원이 뚝 끊겼다. 이재무 시인은 세월호 참사 때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학생들을 위한 추모 시 ‘약속’으로 유명하다. 이재무 씨 본인은 정부 지원 사업에서 배제된 진짜 이유가 이 ‘세월호’ 관련 시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 수첩에도 세월호 문제를 다룬 다큐 영화 ‘다이빙벨’에 관한 언급이 여러 차례 등장,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세월호’ 관련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 했는지 알 수 있다.
   
■ 블랙리스트 뒤에 숨은 검은 그림자, 무엇을 ‘융성’ 하려 했나

 

박근혜 정부는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문화융성’을 내걸었다. 과연 청와대가 강조한 ‘문화융성’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되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 “모릅니다”로 일관하는 그들을 대신하여 [PD수첩]이 문화 융성 이면에서 펼쳐진 추악한 민주주의 파괴, 그 배후와 실태를 파헤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