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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밤] DJ 데뷔 1000일 맞은 가수 정엽

 

“<푸른밤 정엽입니다>를 시작한지 천 일이 되었네요….

 무척이나 고마울 뿐이에요. 사랑스러운 일이에요.

 이 말을 3650일 되는 날 또 할 수 있다면 그땐 저 스스로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을게요.”


- 정엽이 트위터에 남긴 <푸른밤> 천 일 ‘자축’ 메시지

 

 

 

 

지난 7월 13일에서 14일로 넘어가는 자정. 가수 정엽이 <푸른밤>의 DJ로 신고식을 치른 2010년 10월 18일로부터 꼭 1000번째가 되는 푸른 밤을 맞이했다. 3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감회를 묻자 정엽은 자신이 한 것이 별로 없어 쑥스럽다며, 모든 공을 청취자들에게, 스태프들에게 돌렸다. 


“워낙 오랫동안 라디오를 진행한 DJ들이 많으셔서... 1000일 DJ 경험으로 감회를 이야기하기에는 좀 쑥스럽네요. 적어도 10년 정도 라디오를 진행한 이후에야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음악을 사랑하고, 사람을 아끼고, 감성이 충만한 정엽에게 라디오 DJ는 천직이다. 그런 정엽에게도 라디오를 진행하며 어려웠던 일이 있었을까.


“음악 하는 사람의 생활 패턴이 그렇잖아요. 밤을 새고, 늦게 자고. 그래서 심야 방송인데도 굉장히 빠르게 적응했어요. 남들은 초반에 생활패턴을 맞추느라 힘들어하는데, 저는 방송한지 1년이 지나서야 어려움을 느꼈어요. 한참 일이 많아 체력적 부담이 있던 때였는데, 그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 늘 정해진 시간에 청취자들과 만나는 게 직장에 출근하는 것처럼 버겁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는 라디오 때문에 슬럼프를 겪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라디오 덕분이었다고 했다.


“사람은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공감하게 되잖아요. 청취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고민을 풀어주기 위해 이야기하다 보니, 그게 다 제 고민에도 해당되는 해답이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그 때의 방황이 라디오를 더 사랑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이 솔직하게 대화하며 만날 수 있는 매체잖아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진행하고 싶어요.”

 

천 일이 넘는 시간 동안 <푸른밤>의 시간을 한층 풍요롭게 했던 다양한 코너 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는 코너는 무엇일까.


“예전에 진행한 코너 중에서는 ‘그놈 목소리’가 기억에 남아요. 아빠, 친한 형, 남자친구 등등 청취자들로부터 다양한 역할을 요청 받아, 제가 그 사람의 입장을 대변해 통화하는 코너였어요. 매주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죠.”


정엽은 특히 ‘그놈 목소리’를 통해 잊을 수 없는 게스트를 만난 추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혼한 부모님을 가진 학생에게 ‘아빠가 되어 주세요’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슬픈 이야기를 너무나 담담하게 하는 학생 때문에 통화가 끝난 뒤에도 목이 메어 계속 음악만 틀어야 했다고.


“스태프들이 ‘이런 코너도 해보자’고 하면 거절하지 않아요. 저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거든요.(웃음)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 기존 라디오에서 하지 않았던 참신한 것들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스튜디오를 벗어나 집이나 교회 등 다양한 곳에서 라디오를 진행해보고 싶다는 정엽. 그렇지만 라디오의 본질적인 부분은 지키고 싶다고 했다. 그 역시 라디오를 듣고 자란 ‘라디오 키즈’기에, 어렸을 때 동경한 라디오의 아날로그한 감성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라디오는 제게 그런 존재에요. 멈추지 않고 나날이 새로워지지만, 늘 옛날의 정취를 간직하고 친구처럼 맞아주는. 저도 그런 DJ가 되고 싶어요. 단조롭지 않은 즐거움을 주되, 항상 따뜻하고 사람 냄새나는 DJ가 되도록 오늘도 노력할게요.”

 


글/사진. 정책홍보부 이소현 (ssulsh@nate.com)

 

 

 

 

 

 

<푸른밤>을 풍요롭게 한 코너들


- 여배우들: 라디오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인기 여배우 김정은, 조여정, 이민정, 이하늬, 남규리 등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그녀들에 대한 진솔한 모습을 담아낸 특집코너. 총 90여 명의 배우들이 거쳐간 이 코너는 청취자들과 네티즌들에게 큰 화제가 됐다.


- 세계평화연구소: 청취자들의 굴욕, 우울, 고뇌어린 사연을 재치 있는 상담을 통해 해결해주는 코너로, 게스트들이 요원으로 등장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함으로써 더 적절하고 공감 가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공감백배 답변이 청취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 그 놈 목소리: DJ 정엽이 요청을 받아 청취자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코너. 남자친구로 변신해 고백의 시험상대가 되기도, 교수님이 돼 학생의 항의를 대신 받기도 하는 등 높은 활용도(?)로 인기를 끌었다. 때로는 가슴 찡한 요청으로 눈물바다가 되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 푸른 밤의 플레이리스트: 보통 라디오 프로그램의 뮤지션 소개 프로그램은 일회성으로 끝나지만, 이 코너는 한 달 가까이 뮤지션을 출연시키며 음악세계를 소개해 청취자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도왔다.